<정원 그리고...>
- 모험가 -
아주 큰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다른 어떤 정원보다도 아름답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한
정원이다. 정원은 실제로 존재한다.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해가지는 곳에 있다.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쭉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며 동쪽에서 해가 뜨는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원에 아침이 찾아왔다.
밤새 꽁꽁 얼어붙은 대지는 아침 해가 내뿜는 따뜻한 열기로 은은하게 남아있는 한기를 밀어냈고, 다시
찾아올 밤을 대비하여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들인다. 얕게 쌓인 서리가 녹아 만들어진 물빛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뿌옇게 쌓였던 안개가 모두 걷히자, 마침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정원의 모습이 들어났다.
화려했던 시절은 지났다. 과거의 영광은 그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겨졌다. 긴 시간이 지났고, 만발했던 꽃밭 대신 녹슬어버린 울타리만 남았다.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도, 시끌벅적 했던
광장도, 즐거운 이벤트가 가득했던 분수대도,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한기만 맴돌고 있다. 그럼에도,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하루가 지났다. 정원만큼이나 오래된 나무의 마지막 잎새가 땅에 떨어졌다.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한 달이 지났다. 몇 일 동안이나 내렸던 눈이 거의 다 녹았다. 아직 남아있는 눈 얼음에 비친 햇살이 눈부셨다.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일년이 지났다.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찾아왔다.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다음 날. 정원은 여전히…
이제 그만.
꿈에서 깬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정원 앞에 서있었다. 뒤틀린 버섯모자와 귀마개를 고쳐 쓴 그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이른 아침, 잃었던 생기를 되찾고, 각양각색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있는 이곳에, 오래 전 그 시절. 그윽했던 꽃
향기에 이끌린 한남자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저희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 안녕.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요즘 마이소시아는 어때?”
“네. 이곳은 마이소시아 정원입니다. 다시 한번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전하구만.”
남자는 시간 낭비하지 않고 정원사를 지나쳤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잘 지냈습니다. 모험가님도 잘 지내셨지요?”
남자는 멈춰 섰다. 고개를 돌리자 정원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턱 끝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 위를 적신 작은 량의 눈물은 매일 아침 정원을 밝히는 햇볕보다 몇 배는 따뜻했다.
"모험이 나를 부른다."
- 모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