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의 사내의 물음에 라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제가 라나인데, 무슨일이시죠? "
조커의 말만 들었을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앞에 서서 물어보려고 하니 여간 당혹스러운게 아니었다.
안면도 없는 초면에 다짜고짜 질문이라니 . .
" 저 실례지만 . . 혹시 좋아하시는 색깔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사내의 물음에 잠시 눈이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라나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푸하하하.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
" 예 . . ? "
사실 그녀가 원체 아름답다보니, 주변의 남성들이 껄떡거리는 것은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늘 뻔한 멘트에 지겨웠던 그녀에게 난데없는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뜬금없는 멘트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 재미있었으니까 대답해드릴게요. 저는 빨간색을 좋아해요. "
그녀의 붉은 머리색과 붉은 눈동자를 보아하니,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다.
흑의의 사내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주점에서 빠져나왔다.
다음 날 -
" 음 그렇군요. 빨간색이라 . . "
조커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고,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좋아요. 그럼 이제 저를 도와 목걸이의 재료를 구하러 가볼까요? "
" 어디로 . . ? "
"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다음 6시까지 마인마을에서 뵙도록 하죠. "
그렇게 말하며, 조커는 흑의의 사내에게 마인마을의 리콜을 건넸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흑의의 사내는 마인마을의 여관에서 홀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 조금 늦는군. '
만나기로 예정되어있던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군요. "
활짝 웃으며 사과를 하는 그는 아까 보았던 광대가 아니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지워내고 드러낸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미남이었다.
아니, 미남에 가까운 전사라고 정정하는 것이 낫겠다.
얼굴부터 목까지 자리잡은 크고 작은 흉터들이 그가 전사임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분장을 지웠군요. "
" 예. 하하하. 처음보는 사람들은 제 얼굴을 보고 당황하곤 합니다. "
왠지 그가 늘 분장을 하고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 이 곳에서 보자하신 것은 . . 목적지가 죽음의 마을이기 때문인가요? "
" 맞습니다. 그곳에서 출몰하는 좀비들을 잡아야해요. "
이미 5써클에 오른 흑의의사내는 자신만만했다.
좀비쯤이야, 별로 어려울게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전투에서 그것은 곧 착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헉 . . 헉 . . "
한 두마리정도는 상대하기 수월했으나,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숫자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투는 지속되었고 흑의의 사내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눈앞의 좀비를 상대하느라 뒤가 비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날아든 곡괭이가 빠른 속도로 흑의의 사내를 향해 날아든다.
" 조심하세요! "
외침과 함께 나선 조커는 곡괭이를 그대로 발로 차 날려버렸다.
그리고 예상치못한 날랜 몸놀림으로 좀비들을 떄려눕히기 시작했다.
퍽 - 퍼벅 -
분명 일정한 초식이 없는 움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주먹과 발길질에는 강한 힘이 담겨있는 듯,
격중되는 순간 좀비들이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투를 잠시 지켜보던 흑의의 사내는 할말을 잃고 만다.
한낱 광대인줄로만 알고 있던 그는 매우 높은 수준의 무도가였던 것이다.
" 당신 . . 무도가였군요. "
마지막 좀비를 쓰러뜨리고 난 후,
조커는 멋쩍은 듯 뒷통수를 긁으며 입을 연다.
" 들켜버렸군요. 가만히 있으면 위험에 빠질거 같아 어쩔수없이 나서게 되었네요. "
" 속일 생각은 하지마세요. 지금 보여준 모습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신 이미 마스터 수준에 올랐어요.
마음만 먹으면 이런 좀비들 혼자서도 모조리 쓸어버릴만큼 강력하면서, 왜 도와달라고 하는거죠? "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을까.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던 조커는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 우선 필요한 건 모두 구했으니,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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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