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검>
- 모험가 -
아주 아주 먼 옛날에 루딘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루딘은 암흑의 제왕 뮤레칸으로부터
마이소시아를 구해낸 영웅이지요. 루딘의 위대한 업적은 역사책 한두 권으로는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인간은 훨씬 어마어마한 능력으로 그런 한두 권 분량의 교과서를 만들어 냈죠. 실제로 그린혼 학원의 학생들은 이 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합니다.
더 놀라운 건 새로운 교과서 편찬이 학자들의 손에서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역사는 승자의 손에서 쓰였고, 패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많은 왜곡과 미화로 가득할 겁니다. 어쩌면 이번 개편은 그 점을 바로잡기 위해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후대에 남기고 싶지 않은 기록이 있을 수도 있고요.
루딘의 업적은 깎이고 또 깎여 이제는 더 이상 깎을 수 없을 정도의 기록만 남았습니다. 동화책으로
나올 정도에요. 어린아이에게 물어보세요.
“루딘이 누구니?”
아이는 대답합니다.
“마왕을 물리친 영웅이요!”
아이의 눈동자가 말똥말똥 빛나는걸 보니 어젯밤 엄마가 ‘루딘 이야기’를 읽어줬나 보네요. 하나 더 물어볼까요?
“그럼 루딘의 아버지는 누구니?”
“……?”
아이는 루딘이 농부의 자식인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요. 루딘의 아버지가 농부라는 건 교과서에도 안 나옵니다. 루딘의 분신이자
위대한 업적의 동반자. 루딘블레이드도 마찬가지죠.
루딘블레이드는 사라졌어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래된 역사책에서조차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죠. 루딘블레이드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모험가들이 만들어냈습니다.
루딘블레이드는 어디에 있을까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얼마 전에 버섯모자를 쓴 모험가에게 들었는데, 루딘은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갔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위와 부를 포기하고 말이죠. 루딘은 루어스를 떠나기 전에 루딘블레이드를 루어스 땅에
꽂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먼 훗날 세상에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이 검을 뽑는 자가 세상을 구원하리라. 검이
뽑히지 않는다면 평화가 지속되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검이 뽑힌다면 세상을 구원할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루딘은 떠났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루어스에는 쓰나미가 찾아왔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네요? 원래는
거대도시였던 루어스가 항구도시가 된 게, 이 쓰나미 때문이라죠?
300년 전 집필된 ‘루어스의 역사’라는
책에 나왔데요. 버섯모자를 쓴 모험가는 루딘블레이드가 루어스 바다 속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네. 그럴 듯 하네요.
당신은 혹시 아세요? 전설의 검의 행방을요! 어디
있을까요? 정말 바다 속에서 누군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루딘블레이드를 찾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불행해지는걸 갈망하지요? 적어도 루딘블레이드가 발견되지 않는 한, 마이소시아는
평화로울 텐데요.
한 청년이 있었어요. 청년은 루어스 마을 토박입니다. 아버지가
어부고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요. 청년은 낚시를 굉장히 잘합니다. 얼마나 잘하냐고요? 아마 루어스에서는 가장 실력
있는 낚시꾼일거에요. 나룻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거대한 청새치를 잡고, 돌아오는 중에 습격한 상어 때까지 다 잡아올 정도니까요. 진짜에요! 못 믿으시겠다면 한번 보세요. 마침 나오는군요. 보이세요? 빨간색 낚시대를 든 청년이에요.
“하, 날씨 좋다. 낚시하기 딱 인걸?”
낚**늘에 실지렁이 한 마리를 걸었어요. 꿈틀꿈틀 싱싱한 지렁입니다. 물고기가 좋아하겠어요. 지렁이는 물속에서 춤을
출겁니다. 그래 봤자 꿈틀거릴 뿐이지만요.
지렁이라고 해서 미끼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닙니다. 지렁이를 얕** 마세요. 지렁이가 있는 땅은 기름져서 농사짓기 매우 안성맞춤이랍니다. 얼마나
기특해요? 가끔은 물고기가 아닌 거대한 검을 낚아 올리기도 하지요. 실지렁이 한 마리로 낚시대보다 더 큰 검을 낚는 게 쉬울 것 같아요? 그
어려운걸 청년은 해냅니다.
“이게 뭐지? 이런 건 처음 낚았는데… ‘이벤트기간’인가?”
‘그럴 리가 있나요.’ 어쨌든 청년은 거대한 검을 무기점으로 가져갔어요. 요즘
무기점 주인들이 견습시절에 만들고 버린 어설픈 장비들을 새것으로 고쳐준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다행히 무기점은 가까웠어요. 조금만 더 멀었으면 청년은 팬티까지 젖었을 거에요.
“이거 고쳐주세요.”
청년은 무기점 주인에게 낚은 검을 내밀었죠. 검이 너무 커서 무기점 주인은 어떻게
잡을지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이런 건 만들어 본적은 없는데, 많이 부식됐는걸? 자신은 없지만 한번 해**.”
뚝딱뚝딱..캉캉캉캉캉..쿵쿵쿵..뿌직..뽀가각~~
“…얼레~?!”
무기점 주인은 먼 곳을 바라봅니다. 있지도 않는 머리를 긁적이며 청년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청년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낚시대도 고치지
못하는 무기점 주인한테 검을 고쳐달라고 하다니,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청년이 낚은 검은 그렇게 망가졌어요. 이제 다시는 누군가의 분신도, 동반자도 될 수 없겠지요. 낡고, 오래되고, 망가진 검을 누가 사용하려 하겠어요? 아이들에게 낡고 오래된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마이소시아는 어떻게 지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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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을 약간 변형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험이 나를 부른다.”
- 모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