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야기>
- 모험가 -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에
마이소시아에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매우 가난해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무를
베어다 팔아야지 먹고 살수 있었답니다. 하루는 나무꾼이 포테의 숲 깊은 곳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이곳의 나무는 굉장히 억세구나. 벌써 해가 중천에 떴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장작을 팔 수 없을지도 몰라.”
장작을 팔지 못하면 내일
먹을 쌀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나무꾼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밥을 먹지 않고는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나무꾼의 도끼질이 더 빨라졌습니다. 평소에는
잘 흐르지도 않던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렸지요. 그러다 그만 손이 미끄러져 옆에 있던 연못가에
도끼를 빠트리지 말았지 뭐에요? 유일한 재산인 도끼를 잃은 나무꾼은 슬픔에 겨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흑흑! 이제 나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지…”
나무꾼은 이제 나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무꾼의 머리 속을 맴돌았어요. 생각은
생각을 낳았고 나무꾼은 점점 부정적인 감정들에게 잠식되어갔답니다. 그때였어요. 갑자기 연못이 요동치는 거였어요. 연못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느껴진 건 나무꾼의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연못 한 가운데에서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산신령이 나타나 자신에게 말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게 하는 광경 이였죠. 마침내
나무꾼의 입이 앤트자이언트보다 크게 벌어졌어요.
“진짜로 나왔어!”
진짜로 나왔습니다. 나무꾼이 상상했던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산신령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뤼케시온 마을 광장의 분수처럼 솟아났지요. 머리에는 나뭇가지 같은 뿔이 나있고 그 뿔 위에 황금도끼를 이고서 말입니다. 그것은 손이 없고 다리가 네 개이기 때문에 도끼를 머리에 이어야만 했어요.
나무꾼이 그것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산신령이신가요?”
생각한 모습과 많이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산신령 같았습니다.
“나는 산신령이 아니다. 나는 포테의 정령이다.”
“아! 포테의 숲의 사슴정령!”
그제야 생각난 듯 나무꾼은
탄성을 질렀어요. 네. 연못 속에서 나타난
것은 포테의 숲을 수호하는 포테의 정령 이였어요.
“네가 연못에 도끼를 빠트렸느냐.”
포테의 정령이 물었어요.
“죄송합니다, 사슴정령님. 제가 그만 손이 미끄러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니다. 내 사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혹시 네가 아이템복구를 신청할지도 모르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네 사정이 참 딱하여 이렇게 친히 올라왔느니라.”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나무꾼은 포테의 정령이 자신이 연못에 빠트린 도끼를 찾아주기 위해 나타나주었고 그래서 고마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포테의 정령은 아까부터 머리에 이고 있던 황금도끼를 보여주며 말했어요.
“이 ‘하이브레이질배틀액스’가 네가 빠트린 도끼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빠트린 도끼는 그 도끼가 아닙니다.”
포테의 정령이 들고 있는
도끼는 매우 큰데다가 온통 황금으로 만들어진 도끼였지만 나무꾼은 그 도끼를 탐내지 않았습니다. 저런
도끼로는 장작을 팰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나무꾼은 자신이 빠트린 도끼를 찾고 싶었어요. 나무꾼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포테의 정령을 보며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질 무렵 정령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이 도끼는 네가 빠트린
도끼가… 아니로구나. 잠시만 기다리거라. 다른 도끼를 가져오겠다.”
“알겠습니다. 꼭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슴정령님.”
다시 연못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정령은 늪에 빠졌을 때 서서히 빨려 들어가듯이 연못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무꾼은 정령을 기다렸지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어요 가슴이 조여왔지요. 다행히 나무꾼의 가슴은
뻥 뚫렸습니다. 다시 연못이 끓어올랐거든요.
“이 ‘가디언바스타드액스’가 네가 빠트린 도끼냐?”
이번에 정령이 이고 온 것은
하이브레이질배틀액스보다 더 길고 고급스럽게 새겨진 문양과 큼지막한 보석이 박힌 도끼였습니다. 포테의
정령은 비록 사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얼굴에는 뭔가 확실하다는 미소가 서려있었어요. 하지만
나무꾼은 고개를 저었지요.
“죄송합니다. 이 도끼도 제가 빠트린 도끼가 아닙니다. 제가
빠트린 도끼는 쇠로 된 쇠도끼입니다.”
그러자 포테의 정령은 난처해졌어요. 나무꾼은 자신의 예상을 확 뒤엎고 있었지요. 생각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거에요. 그래서 포테의 정령은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나무꾼에게 잠시 기다리란 말을 하곤 다시 연못 속에 들어갔어요. 다시
정령이 나타나면서 가지고 나온 것은 가디언바스타드액스와 처음에 이고 왔던 하이브레이질배틀액스였어요. 도끼
한 개의 무게만 해도 상당한데 일반 도끼도 아니고 엄청나게 큰 도끼를 머리에 두 개나 인 포테의 정령은 상당히 힘들어 보였어요. 나무꾼은 도와줘야 할지 가만히 있을지 망설였지요.
“너는 정말 마음이 올바른
나무꾼이로구나. 악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 이였으면 이 도끼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우겼을 터인데
너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그야 제가 빠트린
도끼가…”
나무꾼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어요. 포테의 정령이 끊었거든요.
“그래서 내 너의 그 착한
마음씨를 높이사 너에게 낡아빠진 쇠도끼가 아닌 이 금도끼 두 개를 선물로 주겠노라. 나쁜 생각을
하면 그 나쁜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고, 착한 생각을 하면 그 착한 생각이 현실에 나타날
것이다. 이 도끼는 너의 생각으로 얻어낸 성과물이니 이제부터 너의 것이니라.”
포테의 정령이 머리에 인
도끼 두 개를 나무꾼 앞에 떨어트렸습니다. 그로써 정령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냈습니다.
“저기, 사슴정령님 저에겐 이 도끼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쇠도끼만 있으면 됩니다.”
“정말 착한 마음씨를 가진
나무꾼이로구나, 끝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다니. 항상
그런 마음씨를 유지하거라.”
연못이 다시 끓어 올랐어요. 그리고 포테의 정령은 지금까지 나타나고 사라졌던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사라졌어요. 마치 도둑질을 하고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도망치듯이 말이지요. 정령이
사라지고 연못이 잠잠해졌고 나무꾼 혼자 남았어요. 나무꾼은 사라진 연못을 쳐다봤어요. 약간 벌어진 입과 멍한 표정은 금도끼를 두 개나 얻어서 기쁨에 겨운 표정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분노의 고함을 지르는걸 보니 그건 확실합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산속이 울리고 나무 위에 놓인 새 둥지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황도 발생했어요. 다행히
둥지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힘껏 악을 쓴 나무꾼은 분노의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어요.
“야이 사슴***야! 이 딴걸 주고 가면 어떡해! 내 “타고나이트액스”를 내놓으란 말이야!”
나무꾼은 울부짖었고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던 둥지위로 어미 새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간신히 나뭇가지에 걸쳐있던 둥지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나무꾼의 마음도 어미 새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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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쓴글이며 당시 '가디언바스타드액스'의 가치는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편 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험이 나를 부른다.”
- 모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