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레칸>
- 모험가 -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에선 이렇게 정의합니다.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
죽은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새로운 육체에서 다시 태어난다거나, 혹은 저승으로 돌아간다거나 등
주워들은 이야기는 많지만, 어떤 과학적인 지식으로도 이 죽음이라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종교의식이나 자기 신념이 뚜렷하다면, 죽음에 대해 본인만의 확고한 답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죠.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게 되는데,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갈 거라고 믿고선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많은 사람들은 천국에 가고 싶어합니다. 솔직히 누가 지옥에 가고 싶겠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저라도 천국과 지옥을 선택할 수 있다면 천국을 갈 겁니다. 천국이
어떤 곳인진 모르겠지만 듣기론 참 좋은 곳인 것 같긴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천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죽음도 썩 나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이승에서의
삶에 보험이 하나 생긴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멋진 일이지 않나요? 하지만
누구도 죽음을 바라진 않죠.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요?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집착이겠지요. 죽으면 모든 게 사라져버리니까요. 슬픔은 잠시뿐입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무수히 많아요. 서서히 잊혀질 겁니다. 이런
순리를 거부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한 대가가 필요하지요. 대게 이것을 악마의 거래라고 합니다. 죽음의 신 뮤레칸이 주관하는 어둠의 거래 속으로…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자는 말을 합니다. 입고 있던 옷은 온데간데없고, 싸늘하게
식은 푸른빛 나체만이 공중에 붕붕 떠있는 채로요. 바닥도 없이 가부좌를 한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어쨌든 죽은 자는 다시 말했어요.
“여긴 어디지?”
어디긴 어디겠어요. 지옥이지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이곳엔 생명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태울듯한 용암은 죽은
자의 속마음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이곳이 말로만 듣던 뮤레칸의 방임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소리쳤어요.
“아무도 없어!”
“기운이 음산하군.”
“누구냐!”
“나? 나는 ‘죽음을 관할하는
자.’ 뮤래칸이다.”
“뮤레칸!”
죽은 자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뮤래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뒷걸음질 치려 했어요. 하지만
그는 공중에 떠있었지요. 비행도 할 줄 몰랐고요. 마땅히
잡을 것도 없어서 허공에서 허우적대야 했어요. 뮤래칸은 비웃었어요. 시뻘건 그의 얼굴에 나타난 미소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지요.
“마지막 발악치곤 재미있군. 상으로 내 친히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무슨 기회?”
“너는 죽었고, 다시 살아나고 싶겠지. 하지만
모든 것엔 대가가 따르는 법. 원래대로라면 네가 가진 물건 중 전부를 내게 바쳐야 하지만 특별히 2개만 받도록 하겠다.”
“저,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이든
가져가십시오.”
“그러지.”
뮤래칸은 죽은 자에게서 가장 좋아 보이는 아이템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 품 속으로 가져갔지요. 그리고 비릿한 웃음을 남기며 사라졌어요. 순간 그의 가슴에서 반짝인 섬광은 착각이었을까요? 상관없었어요. 죽은 자는 곧 부활할 거란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부활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변하는 건 없었죠.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어요.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그때였어요.
“기운이 음산하군.”
천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온몸으로 파고드는 칼날 같은 위압감. 주변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둘러 쌓이고 시간마저 얼려버릴 듯한 한기가 죽은 자를 엄습했어요.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찾아왔고, 죽은 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죽음을 관할하는 신.’ 뮤레칸이다.”
죽음의 신 뮤레칸.
죽은 자가 상황을 파악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 후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죽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모험이 나를 부른다."
- 모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