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o와 나의 만남은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초등학교 이후 어둠을 복귀해 뉴비 둠린이로서 사람들 집털 사냥의 부푼 꿈을 품던 시기.
콜로세움에도 간간히 다니며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불과 그 놈을 만나기 전까진...
항상 방독면 마스크를 쓰고 배틀장을 하이에나 마냥 어슬렁 어슬렁 대던 그 놈은 자신의 먹잇감이
포착되면 아무 대답도 없이 홀린듯이 쫒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외쳤다.
님??? 님아..??? 그ㅁ마나ㄴ해애
그는 살인기계마냥 대답도 없었고 그저 나를 쫒으며 내 뚝배기에 매드를 날리기 위해 달렸다.
정말 그 때의 아찔함과 짜릿한 스릴은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였다.
당시에 방독면 마스크는 마치 금요일 밤의 제이슨 마냥 나에게 충격이었고
그는 배틀장을 찾는 나같은 쪼렙들의 저승사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5개월이 가까운 시간 동안 저격을 배우며 체17만 정도의 그 살인기계를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나 역시도 리시브에 손을 댓다.
소위 말하는 공성에 참가할 수 있는 수준의 직법과 도전을 큰 마음먹고 질렀고
콜로세움에서 그 놈이 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렸을까...?
역시 그 놈이 예상대로 밀레스 배틀장에 나타났다.
일단 탐색전을 위해 월화B를 입은 내 도전으로 그 놈 옆에 다가갔다.
그 놈은 나를 알 수 없다.
예상대로 체20만을 넘기는 전사인 내가 다가가자, 그 놈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자신은 싸울 의도가 없음을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짜릿했다.
이미 기싸움에서 내가 이겼단 확신이 들었고, 이젠 이 놈을 어떻게 요리할까..? 너무너무 설레었다.
내 손은 본능적으로 직법을 조종하고 있었고 조용히 내 도전 근처로 접근시켰다.
됐다..! 넌 이제 ㄷ;ㅣ졋다.
내 미소는 이미 그 살인마를 향한 실소로 바뀌었고 나르콜리와 데프를 거는 그 순간
난 이미 집털사냥을 다니던 그 순수함을 잊은 채, 낄낄거리며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 때 nipo가 말하는걸 보았다.
??
물음표가 나오는 순간, 너같은 살인마에겐 대화도 필요없다고 생각했고
치욕적으로 죽이기 위해 크래셔가 아닌 매드소울을 뚝배기에 선사했다.
두 마디 물음표만을 남기고 그 살인마는 디져버렸고 나는 내 자신이 정의라도 된 마냥 착각에 빠져
이아까지 따라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을 날리며 니뽀의 자존심을 마구 짓밟고 모욕하며 치욕스러움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 몇 번을 더 니뽀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 때마다 니뽀를 죽이는 재미에 빠져
어둠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해외로 잠시 떠나게 되었고 그 사이 동생이 내 케릭을 모조리 리시브로 팔아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어둠에 발딛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복귀한 어둠에는체 20만을 넘긴 nipo가 나에게 다가와
님 하잇?
이라는 따스한 말과 함께 맞아주었고 사냥을 하며 카톡도 하고 메카도 도와주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아마 그 땐 한국말이 서투르지 않았나싶다.
이후 우리는 사이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며 서로의 케릭터에게 배우자가 필요하단 것을 직감했고
나는 흑갑을 찍는 순간 니뽀는 뮬던에 입성하는 순간 함께 아벨 성당에서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나는 니뽀가 과거 3번이나 이혼한 더러운 케릭터임을 알게 되었고
흑갑을 찍는 순간 내 롤유저의 순백함을 오랜 시간 더럽혀져온 니뽀에게 바치는 것이 매우 싫었다.
결국 나는 니뽀에게
니뽀 나 너랑 결혼 하기 시러
3번이나 이혼한 너같은 놈한테 누가 시집가?
라고 말하게 되었고
니뽀는 그 충격에 빠져
나만 보면 결혼사기꾼이라는 말을 떼놓질 않는다.
그는 시장 내 옆에서 덧없는 농담과 새유저들을 반기는 뮬칸 도적 npc로 존재하며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롤유 배틀장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