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였다.
신입생이던 대학 시절 나는 연말에도 이리 저리 선배들에게 불러다니며 술을 얻어먹었다.
그 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나를 보았다.
졸업생 신분이던 회장누나는 후배들을 챙기고 학교가 그리워 서울 중심가에 다시 찾아온 길이었다.
회장이었단 얘기에 나는 저절로 공손해지고 예쁘고 말고를 생각할 겨를없이 그저 따라주는
한 잔의 소주를 원샷하며 얘기를 들어주기에 급급했다.
얼마 후 그 회장누나가 자리를 떠나게 되었고
나는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편안한 술자리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한 선배가 나를 급히 호출하며 학교 옆술집으로 오라는 급한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얼떨결에 영문도 모른 채 나는 그 곳으로 향했고..
이게 왠일인가?
소위 말하는 고학번 누나들과 형들이 이승철의
어서와~ 고학번 다대일 술자리는 처음이지?
하지만 개념이 더럽게 없던 나는 내가 초대받아온 자리라 생각했고 정말 당당하게 신입생 주제에
가평과 대성리 놀러간 이야기, 동아리 이야기, 시험 이야기 등등
정말 애기같은 얘기들을 졸업생과 고학번이 겸비한 자리에서 늘어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나같으면 신입생이 하는 얘기 들어주지도 않을텐데...
당시 고학번들이 다행스럽게도 술자리에 신입생이 나 한 명뿐이라 얘기에 공감해주고
자신들의 신입생 시절을 풋풋하게 기억하며 미소지어주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조금씩 고학번 두 분의 누나께서 내게 눈빛을 보내는 것을 느꼈다.
한 분은 처음 말씀드린 회장선배, 그리고 또 한 분은 그 베프....ㅠ
베프 누나께선 정말 내 바로 앞에 앉으셔서
응 나 니가 조아 더 얘기해봐 대놓고 뚫어져라
눈빛을 따사롭게 보내셨다.
순간 오만생각을 다하며 나 하나때문에 회장누나와 그 베프 누나.
둘 다 내 선배인데 설마 혹시 나땜에???으아악와허ㅏ안ㅁ시ㅓ부히발
이런 말같지도 않은 그지같은 생각에 휩싸였고 나는 절대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그 눈빛에 응해주며 안된다고 판단해
응 누나들 난 님들 얘기 다 잘 들어줌~
이란 태도로 일관했다.
정말 귀여운 남동생보는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셔서 부담감도 적지 않게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20대 중반의 아가씨지만, 신입생이었던 학교에선 고학번이라는 인식때문에
함부로 내가 어떻게 추파를 던지거나 말실수를 하면 선배들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단 생각때문에
조심조심 행동했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근처 시체방을 2개 빌려 같은 학과 남자 여자 방만 나누어 선배 후배할 것 없이
잠들었다.
정말 정신없이 연말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몇일 뒤 아무 생각 개념도 없이 20대 초반의 학생처럼 조기축구회나가서 공을 차는 도중...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롤유야~ 나 회장누나
누나가 밥 사줄테니 너네 동네인 분당 야탑역 앞으루 나와! 아랏찌?
과 회장출신에 전공과는 다르게 항공사 승무원이 된 누나의 연락을 받으며.. 나는 고민했다.
승무원, 미모, 몸매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도 성숙함도 없었다.
학교 회장누나였는데 나 혹시 잘못해서 학교에서 매장당하면 어떡하지...?
정말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나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야탑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 2화 출시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