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운명의 수레바퀴
사람들은 운명이란 것에 짓눌려 산다.
이것의 핵심은 윤회
새로운 순환/정신적 성숙/행운/기회
그리고 절대적인 신념
이것을 등에 업은채 한 길을 선택한다.
운명에 휘말려 슬픈 진실을 보느냐
운명을 외면하여 행복한 거짓을 보느냐
나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숲 속에서 녹색 맨티스가 가위처럼 생긴 손 날을 세우며 나무 위를 향해 크르릉거린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다른 몬스터 들도 자츰 맨티스와 같이 공격 자세를 취했다
모든 몬스터가 경계하는 그 나무 위에는 소년이 있었다
녹색 나뭇잎 사이로 비춰지는 깊은 바다 같은 머리색이 억세게 산처럼 튀어나와 있다.
하얀색의 얇은 머리띠로 억센 머릿칼을 뒤로 민 머리는
정리가 잘 안됬는지 이마 위에는 더듬이 같은 짧은 머릿카락이 곳곳에 발견되었다
그의 옷색은 머리와 같은색으로 큰목싸게와 커다란 벨트로 이루어진 반바지
팔꿈치에서 손을 감싼 갈색과 검은색 끈이 양손으로 뱀처럼 휘감겨져 있다
나뭇가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맨발로 다리를 꼬고 누운 그는
바람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네나로!"
차분하게 들려오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주문을 외우자
사방에 있던 몬스터 들이 물과 하나가 된듯이 합쳐져 스르르 녹아 내렸다
"우와! 역시 시하야! 빵공격은 니가 최고라니까!?"
또다른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물결치는 맑은 냇물이 연상되는 하늘색의 긴머리
그와 어울려 대이면 녹아 내릴 듯 한 하얀피부를 가진 시하라는 소녀가
나무위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또 다른 소녀가 왔다
그녀또한 하얀 피부를 가졌고 금방이라도 달콤한 향기를 풍길 듯 한 분홍색 머리카락이 웨이브 져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했다
그 뒤로 꽂은 붉은 나비모양 리본은 한층 귀여움을 더해 주었고
싱글생글 웃는 모습은 마치 사탕을 입에 문 아이처럼 귀여웠다
"뭐야, 아직도 스토커 질이냐?"
이제막 변**가 지난 목소리가 무심하게 들려왔다
말이 끝나자 마자 시하라는 소녀는 그에게 빵을 던져 줬다
"너 빵 안먹을 거야? 갖다바친지 5주일이나 지났을 텐데? 죄인 블로우"
시하는 죄인 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바닥에 버려져 산을 이루고있는 빵을 삿댓질 하며퉁명스럽게 말했다
"우와.. 곰팡이 핀 것봐.."
"가자 세안 슬레이터 폐하께 보고 들어야지"
"응, 알았어"
시하와 세안은 붉은 종이를 펼친 뒤 그 안에 있던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루어스 성 3층 집무실
"그래.. 그의 상태는 어떤가..?"
점잖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들린다.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인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금관을 쓴채 구름 같은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양호 합니다만.. 5주일째 빵을 안먹는 것으로 보아.."
"그만.. 수고가 많았네"
그는 시하의 말을 잘라 버렸다
시하와 세안은 인사를 하고 집무실에서 나왔다
-루어스 성 2층 홀
"왜그래? 너랑은 상관 없는일 이잖아..?"
세안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하는 걸음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세안을 바라봤다
"궁금해서 그러는거야, 나좀 도와줄수 있지?"
-집무실
"왜..그를 우드랜드에 감금 시킨 것 입니까..? 감금할 곳 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터 인데..."
번쩍거리는 은빛 용 비늘을 닮은 갑옷을 입은 한 청년이 슬레이터에게 물었다
"지그프리트.. 시대는 영웅을 요구하지."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뮤레칸의 아들을 용서하시는 것입니까..!?"
지그프리트는 글레이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꿈쩍 하지않고 청년에게 말했다
"난 마음이 너그럽지. 죄인도 결국은 내 백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