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 침실에서--
비아그라 먹인 숫토끼 두마리를 남기고 소대장은 나갔고,
소대장이 나가자마자 한마리가 문에다 귀를 대고 소대장 발소리를 들어.
"야 갔다!"
망보던 고참 하나가 소근대니
유해진 닮은 고참하나가 흥분하기 시작해.
암토끼 사냥이 시작된거지.
"박어"
나는 당연한듯 머리를 바닥에 밖았어.
근데 박는게 머리가 아니래.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엄지를 안쪽으로 넣으래.
이글 보신분이 얼마나 되련지 모르겠지만
그자리에서 해봐.
결코 쉬운게 아니야.
박는 것도 여러가지야.
걸쳐 박고 꼬아박고 서로 박고....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점은 겁나게 힘들어.
암튼 친절한 설명에 힘입어 우리 동기 아홉명은 곱게 바닥에 박고 있었지.
"아까 백 뺏기고 실실 쳐웃은 ** 일어나"
난 원래 거짓말을 못해.
더군다나 이 상황에서 안일어나면 동기 여덟명이 더 불쌍해 질것이고,
그 한놈 나올 때까지 피똥쌀 것이 뻔하기 때문에
벌떡 일어났어.
그리고 고참을 쳐다봤지.
고참을 쳐다봤지;;;;
나 어디가서 맞아본적 없어.
왜냐믄 시비걸어본적도 없고
싸워 본적도 없어.
누구든지 친하게 지냈었거든.
근데 고참이란 사람이 평소 맞기 힘든 부위만 골라 때리는 거야.
인중, 턱밑, 발목 막 이렇게..
하도 겁을 먹어서 맞는지도 몰랐던것 같애.
우리가 쳐다봐야 할 곳은 모서리였어.
고참의 얼굴은 절대 쳐다볼수가 없었던거야.
모서리...모서리...모서리...
그 유해진은 계속 날 때렸어.
그리고 나머지 한 고참은 남은 동기한테 겁을 주고 있었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유해진은 경교대의 언어로 잘 갈구고 잘 패는 사람
흔히들 "**"이라고 부르는 사람이고,
나머지 한 고참은
생긴건 우락부락 해도 심성은 참 고운 고참이였던거야.
암튼 한바탕 푸닥다리가 끝나고
곱게 모포를 펴주고 가더라고;;;
원래 신병 들어오면 일교 선임들이 그렇게 해주는거래.
이부자리 곱게 펴주면서 패주는 건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였어.
너무 혼란스러웠지.
그리고 도대체 첨부터 심하게 찍혔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눈물이 찔끔 나더라.
22살에 군대가면서,
22살의 인생동안
어디가서 성격 좋다고 칭찬만 받았고,
군대가면 생활 잘해서 이쁨 받을거라고
주변 형님들이 말해줬었는데
첫날부터 요래 꼬이는 건 아니다 싶었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점호가 시작됐어.
점호..
굉장히 적막한 가운데
"충성"
이라는 소리가 들렸어.
내무반장이 당직 소대장한테 보고를 올리는 소리야.
그러면서 점호가 시작되면
내무반 별로 소대장이 돌면서 한마디씩하고 총 7내무반을 돌고 나면
점호가 끝나는 형식이야.
한 소대에 약 15명의 인원이 있는데
번호가 1부터 15까지 도는데 3초도 안걸리는거 같애.
우리는 소대장 침실에서 귀로만 듣고 있었는데
이게 군기인가 싶었지.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군대에서 가장 무섭다는 점호시간을 내가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제서야 군생활이 시작되는구나라고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
그렇게 소대장 훈시가 끝나고 나면 소대장은 빠지고
내무반장이 다시 소대별로 들어가서 전달사항을 전하는데,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우리는 소대장 침실에 있었기 때문에
내무반 별로 무슨말이 오가는지 몰라.
근데 정말 무서웠던건
소대장 침실 맞은편에 있던 내무반에 내무반장이라는 사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굉장히 둔탁한 소리가 몇번 들리면서
진공되는 관등성명 소리도 함께 들렸어.
진공되는 관등성명 소리란
왜 사람들 등판 치면
퉁 퉁 울리는 소리 있잖아.
그 소리와 함께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온몸의 털이 다 서는 기분이였어.
아까 맞은데가 아팠는데
또 맞는 소리 들으니까
정말 오줌 지리겠더라고.
내가 겁이 많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공포스러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더라고.
그리고 드디어
내무반장이 소대장 침실 문을 빼꼼이 열었을 때,
우리는 각잡고 앉아서
턱이 세겹으로 접힐 때까지 턱을 땡기고
모서리의 각이 펴질 때 까지 노려보고 있었지.
"호오 니들 그새 배웠냐?"
장난스런 말투로
내무반장이 스윽 들어왔어.
옆 내무반에서 사람을 두드려 패던 사람이 장난스러운 말을 하며 들어오는 그 광경은
나로 하여금 이** 정신병자인가 싶더라고.
보통 사람을 때리면 흥분상태가 되거나,
화가 나 있던가 그래야 되는게 정상 아니야???
암튼 그 고참은 들어와서 침상에 걸터 앉더라고.
그리고
"담배피는 사람 거수"
하길래,
첨엔 손을 아무도 안들었어.
근데
다 그런거라고 괜찮다고 나는 왕고라서 니들 때리면 ** 된다고 안때린데
다시 손들어보래.
그래 하루종일 담배 한가치 못폈는데,
용기를 내서 손 들었고
고참은 친히 앞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군팔 한개피씩을 줬어
그리고 외부에 있는 계단에 세우고서 불을 하나씩 붙혀줬지.
마음이 약해지려 했지만
그랬다가 또 개념없다고 샌드백 신세 될까봐 끝까지 모서리 뚫으면서 담배도 절도있게 피려고 노력했어.
왕고는 그 모습 보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거야.
괜찮데.
물거나 해치지 않겠데.
다른 고참한테 안꼰지르고
니들 담배 피우는건 원래 그렇게 해주는거니까 걱정말고 눈 풀고 피래.
첨엔 그래도 눈 안풀고 각잡고 피다가
왕고 주먹 올라가려고 해서
눈 풀고 조금 편하게 폈어.
근데...
신발... 눈물이 나는거야.....
아까 맞은데가 막 아파오면서
눈물이 막 나는거야.
오만상이 찌푸려 졌지만
정말 사나이답게
흐르는 눈물 또르르 굴러떨어지는것을
볼과 목에 느끼기만 하면서 동요 없이 담배 폈어.
막 서럽고 엄마도 보고싶고 누나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두고온 여자친구도 보고 싶고 선배도 보고 싶고.....
왕고는 내 눈물을 한참 보더라고.
맞아도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어.
똥이랑 눈물이랑은 원래 못참는거야.
그래 패려면 패라...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싶어서 그냥 눈물은 눈물대로 남기고
담배도 막 폈어.
왕고가 한개피 더 주길래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폈더니
관등성명과 다섯마디말고 다른말 하면 고참한테 맞는데
고마워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는데 왜 때릴까...
알 수 없는 세계야 진짜..
한참 그렇게 담배를 피고,
왕고는 또 따라오라더라고.
참... 이래저래 끌려다닐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애.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갈궈대지.
또 조용한곳 가서 패려는건 아닌지 겁도 나지...
영문도 국문도 모르고
개장수 개목에 개줄걸고 끌려가듯 끌려간곳이 매점이야.
매점...
올림푸스 알어?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사는 산이야.
매점은 올림푸스 였어.
짝대기가 네개인 수교님들께서 모여서
담배도 피고 컴퓨터 두대에 몰려 앉아서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그러는 곳이지.
우리는 아직 개념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수교는 감히 말을 섞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곳에 가는 순간 숨까지 막힐 것 같더라고.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는 가운데
슬슬 갈굼이 시작되는데,
수교들의 갈굼은 예상보다 유했어.
저** 머리 겁나 크다, 저** 여자 ***하게 생겼네, 저**,저**,저**....
굉장히 웃긴말도 하고 알수 없는 그곳의 용어로 갈구기도 하는데,
우리의 내무반장이 닥치고 하던일이나 하라고 했더니,
순식간에 조용해 졌어.
아 멋있는 내무느님.
어렸을 적 부터 꿈은 사업가였고,
지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클린턴이였고,
교회에서 절에서 모시는 신보다 강한 힘을 가진 그대여.
이제 나의 장래희망이 "내무반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였어.
내무반장은 동기 아홉명을 세워놓고 자신의 지갑에서 전화카드를 꺼냈어.
그리고 전화를 시켜줬지.
전화,
연수원에서 딱 한통 했었는데
엄마 목소리 듣고 눈물나서 죽을 뻔 했는데,
또 전화를 시켜주겠데.
애인있는 사람은 집에 한통 애인한테 한통, 이렇게 두통해도 된데.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꺼야.
집으로 거는 애인한테 거는 첫 전화가 어떤 맛인지.
당시 본인의 심정이 어땠는지 분명 알꺼라고 생각해.
나는 동기들 중 마지막에 통화를 했고,
어김없이 울먹거렸지만,
그래도 부모님 누나 목소리 들으니까 힘이 났어.
그리고 애인과의 통화....
정말 떨리더라고.
거의 2개월 만이야.
나 군대 갈때 너 쫓아오면 나 못들어간다고 훈련소까지도 못오게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잘 부탁한다고,
나의 동정을 앗아간 그녀.
정말 날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몸소 나를 그녀의 집으로 인도하신 그녀;;;;
전화하니 몹시 놀라더라.
근데...
목소리가 너무 놀라서인지 말은 잇지 못하는거야.
주변 고참들은 어서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위에서 잠자려고 누운 고참들 깰 정도로 크게 말하라고
부추키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어.
정리해서 말하자면
그녀의 목소리는 나의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라고 말하고 있었어.
훈련소 시절,
외부 훈련장 근처에 모텔이 하나 있었는데
그거 볼때마다
나 휴가나가면 여친 저기로 끌고가서 100번할꺼다라고
훈련소 동기하고 깔깔거리면서 얘기하고
그러면서 너무 보고 싶었던 그녀인데
느낌이 너무 구린거야.
그래서 나 통화 오래 못하니까 끊자 하고 끊어 버린거야.
기분은 찜찜했지만,
기분을 내고 안내고 할 여유는 없는 상황이잖아.
통화 끝났으면 올라가라고 내무반장이 말했고
우리는 빛의 속도로 소대장 침실에 가서 누웠어.
그리고 정말 거짓말 처럼 일말의 대화도 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잠이 들었지.
그렇게 설레이는 자소의 초야는 지나갔어.
다음날 아침 음악소리와 함께
"기상~~~~~"이라는 각 내무반 막내의 비명에 가까운 기상구호를 들었어.
눈을 번쩍 뜨고 모포를 정성껏 갰지.
한참 모포에 각을 잡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는거야.
심장에 질환 있으신 분들은 군대가면 큰일나겠다 싶더라고.
문이 열리고 들온 사람은 소대장.
따라 나오래.
훈련소에서 처럼 군복까지 모두 챙겨 입고 모자까지 쓰고
큰걸음으로 줄줄이 나갔더니
연병장에는 지옥의 문지기들이 칼줄을 서고 점호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
약 80여명의 시선이 우리한테 꼿히는데,
큰 어항속에 마지막 남은 횟감의 심정을 알겠더라고.
여기저기 야유도 들리고 상욕도 들리고,
스텐드에 앉아있으라고 해서 앉긴했는데
앉은건지 서있는건지...
정말 아침부터 신기했어.
그들이 부르는 애국가는 목청이 정말 터질 때까지 소리를 지르는 것이였고,
구보할 때 부르는 군가 역시
과연 저렇게 부르는 군가는 숨을 쉬면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온 교도소를 쩌렁쩌렁 울리더라고.
암튼 그렇게 공포의 아침 점호가 끝나고,
소대장은 우리에게 씻으라고 세면실로 안내해놓고,
세면실에서 먼저 씻고 있던 수교느님한테 얘들 다 씻으면 화장실 보내고 중대본부로 내려 보내라고 지시했어.
소대장만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엄마 잃은 초식동물 **마냥 사냥감이 되어 버려.
아마 10분은 맞은거 같애.
물론 수교는 손을 안대더라고.
그냥 일교한테 맡기고 나갔고,
막사 일교들은 전부 세면실로 냄새 맡고 모여서,
아까 눈돌리는거 봤다.
어제 담배 피니까 좋디
어제 전화하니까 좋디
하면서 또 샌드백질을 시작하는데,
하루 지났다고 맞는 것에 대한 고통이 조금씩 느껴지는거야.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왜이렇게 때리지.
신병을 이렇게 때려도 좋은걸까....라는 생각 따위를 할 겨를은 없어.
맞을 때 몸이라도 틀게 되면 피한다고 또 때려.
잘 맞고 있으면 때리기 쉬우니까 또 때려.
때리고 또 때리고 골라 때리고....
그렇게 맞고 또 맞으면서 아침도 먹고 행정반으로 들어갔어.
행정반에 있을 때는 참 좋아.
소대장이 있으니까.
근데 소대장 없으면 누군가가 와서 한대라도 때리고 가.
그래도 한대씩만 맞으면서 앉아 있으면 살만 하더라고 ㅎㅎ
오늘의 일정은 교도소 구경이래.
맨몸으로 사파리 하러 가는거야.
혹시 인생의 실수를 하셔서 다녀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구경하기 힘든 곳이잖아.
도대체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안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일가.
저기 보이는 감시대(흔히들 말하는 망루)에 서 있는 고참처럼 우리도 저렇게 서 있어야 하는 것이겟지...
또 긴장되기 시작했어.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
부모님과 통화할 때 가장 걱정하신 부분이기도 해.
나 또한 저 안에는 교육기간 동안 온갖 사례와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생의 격리자들이 모여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내벽안은 또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저 하얗고 높은 벽 안의 세계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어떤 모습이며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