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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도서관] PAGE 12 2023.06.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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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에서 여자 유저로 살아남는 이야기

제보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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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희롱, 역넷카마>

내가 초등학생(국민학교 아닙니다)시절 외갓집을 가면 막내 외삼촌은 항상 어둠의 전설을 하고 있었다.

"삼촌 이거 뭐야?"

"이건 도깨비불이야."

"이건 뭐야?"

"이건 나크르야."

"니크 님들 머임?"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하는 말을 따라하면 외삼촌은 뭐가 그리 웃긴지 큰소리로 웃곤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을 접하게 된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어둠의전설을 시작했다.

공부는 제쳐두고, 야자 시간에 넷북을 들고와 어둠의전설을 즐겼고 자연스럽게 호러캐슬에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당시 비승길드였던 XXX에 높은 접속률을 내세워 가입할 수 있었고,
스펙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꾸준히 사냥을 갈 수 있었다.

이후 내가 현역여고생(?)이라는 걸 알게된 길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많은 아이템을 건넸다.

헬2를 들고 있던 나에게 피4를 줬던 XX삼촌, 부캐로 도가를 키우겠다고 하자 용의 발톱과 헬몽크 아머를 줬던 XX오빠,
심지어는 내가 갈 수 없던 1시간에 경험치를 2억이나 하던 샷팀에 쫄로 데려가주던 XX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부담없이 받으라는 그들의 말에,
나는 최대한 감사의 뜻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사는 동네로 여행 겸 정모?를 하겠다던 그들은 나에게도 참석을 할 것이냐 물었다.

나는 당연히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게 무서웠고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에게 그러지 말고 나와~ 라며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나는 그들의 성화에 못이겨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정모에 참석하기로 한 A, B, C 그리고 D는 그 날부터 나에게 집요하게 귓속말을 해댔다.

A-혹시 동네에 술 마시러 가는 술집 있어?

-오빠 나 미성년자야 ㅠ

A-ㅋㅋ 그래도 딱 봐도 술 마셔본 경험 있을 거 같은데? 남자애들이랑 그런데 안가?

-무슨소리야;; 나 그런데 안 가.

A-ㅋㅋㅋ 그래? 그러면 그 날이 처음이겠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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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술집같은데 들어가기 힘들수도 있으니까 모텔같은데서 방 잡고 먹을까?

-엥 무슨 모텔이야.. 좀 그렇지 않아?

B-아 다른 형들 부담스러워서 그러는거면 나랑 둘이서 먹어두 되고~

-응? 아냐 다른 오빠들도 안부담스러워

B-ㅎㅎ그래 차차 이야기 해보자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들의 불순한 의도가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부담스러움이 극에 달했을 때, 나는 결국 정모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그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 함께 사냥을 가자고 하던 그들은 나를 본 체도 하지 않았고,
길드 내에서 나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중 주된 내용은 '아이템 받아먹으려고 아양떨고 여왕벌 짓 한다' 였다.

그 소문을 실제로 접한 나는 온라인 상 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실망감이 느껴졌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서 그동안 받았던 아이템과 은행의 모든 돈을 인출하여 그들에게 돌려줬다.

다시는 어둠의 전설에 돌아오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를 바라볼 무렵 세오 200년을 축하하는 이벤트 광고를 어디선가 보게 되었고,
옛날 생각이 나 오랜만에 들어가 본 캐릭터는 3,000일을 넘게 접속하지 않았다며 아쉬워 하는 표정을 짓는 듯 했다.

그리고 반짝거리는 우편함을 클릭하자 당시 나에게 아이템을 돌려받았던 A, B, C, D 등등의 편지가 와 있었다.

처음에는 언제 돌아올거냐는 안부인사, 그 다음에는 템 받아 먹더니 양심에 찔려서 주고 갔냐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기다리며 편지를 했던 C에게는 답장을 했지만 그도 역시 어둠의전설을 접은 듯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악질적으로 나에게 비난을 가했던 B.

B는 나에게 돌아오면 귓속말을 하라니, 편지를 읽으면 꼭 답장을 해달라는 등 온갖 애절한 척은 다했지만,
내가 답장을 하지 않는 며칠동안 어떤 심정의 변화를 겪었던 걸까,

정모에 나왔으면 한 번 어떻게 해 보는건데 라는 문장부터 온갖 희롱의 작문 실력을 뽐내는 그의 편지를 읽고,
고소를 해버릴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6~7년 전의 이야기 였기 때문에 지금은 반성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
현재 나는 길드도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친한 사람이 생겨도 남자인 척을 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B야, 너 저번에 밀던 앞에서 예전에 XXX길드에 B라는 아이디 썼었다고 말하더라.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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