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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속이는 어둠의전설 세상 이야기 2
제보자 : 손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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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 진짜 이상한 사람 나오면 책임지고 구해줘야 해요."
"걱정마 나 달리기 잘해."
"?"
희정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한참을 웃어대며 나를 놀리던 그녀는
결국 이번 학기 원할때 마다 술을 사주는 것으로 나의 계획에 동참했다.
그녀가 나인척 아저씨와 만난 뒤, 카페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다 밥을 먹고 헤어지는 것.
짧지만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다.
강남역에서 가장 큰 카페였지만 주말 낮 이라는 시간대 덕분에 사람이 가득했다.
설마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이상한 짓을 하진 않겠지, 하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대화를 나눠본 그 아저씨는 결코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9X학번이라는 아저씨는 나와 대충 띠동갑만큼의 나이 차가 있었고 주말 낮에 혼자 그런 카페에 올만한 그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왼쪽 눈으로는 희정이를, 오른쪽 눈은 부릅 뜨고 '아저씨'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희정이에게 가까이 온 사람은 놀랄만한 인물이었다.
통이 넓은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여자는 희정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손녀시대?"
희정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녀를 맞이했다.
"아, 네? 네. 예??? 누구세요?"
"미안해~~~ 진짜 속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그만.."
희정이는 애타는 눈빛으로 나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나는 뇌가 고장이라도 난 듯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어릴때 보던 지미 뉴트론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생각하자, 생각. 을 되뇌며 플랜을 생각한 결과,
아무런 수도 생각나지 않았다.
희정아 미안하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희정이와 잠시간 대화를 나누더니 고개를 갸웃 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당연하게도 희정이의 휴대폰은 묵묵부답이었고,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나를 찾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자리에서 조신하게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아따 이 씨뱅이가 나를 두번이나 속이려 드네?"
그 말투였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이염.. 아저씨."
그녀는 까르르 웃더니 나를 붙잡고 희정이와 함께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어찌된 일인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고 상황은 이러했다.
그녀는 아저씨인 척 컨셉질을 하는 유저였고, 나는 여자인척 컨셉질을 하는 유저였으나
서로가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해 솔직하게 정체를 말하려고 나온 그녀,
그리고 혹시라도 상대방이 실망할까봐 비겁하게 후배 뒤에 숨은 나.
우리 셋은 어째서인지 한참을 카페에 앉아서 즐겁게 대화를 했고 결국 그날 3차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그렇게 도원결의를 맺은 우리 셋은 매달 한 두번씩은 꼭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지금은 결국 침대 옆자리에 누운 그 아저씨, 아니 그 누나가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낸다.
라는 결말이라면 웃겼겠지만 희정이는 포항으로 직장을 구해 거리가 멀어졌고 셋은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누나의 결혼식에 다녀왔고, 남편이 될 사람에게 누나의 고약한 컨셉질을 일러바쳤다.
누나는 언제적 이야기냐며 신부대기실 옆에 있는 작은 화분을 들고 나를 내려치려고 했고
나는 웃으며 누나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내 팔짱을 끼며 까르르 웃던 희정이는 부케를 받고 나서 나에게 던질테니까 긴장하라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