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는 저택에서 홀로 식사를 하며 이미 영혼 잃은 세 명의 해적 사체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렇게 그들의 사체를 옆에 두고 그 자리에서 잠에 들었다.
맨정신을 가진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제임스는 지금 한계치를 벗어난 슬픔과 분노가 가슴속에 가득했다.
다음 날.
오렌의 햇살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제임스는 즉위식을 준비한다.
자신이 오렌에 새로운 국왕이 되는 날이지만 제임스는 기쁘지 않다.
치토스가 입고 다니던 국왕의 갑주를 갈아입고 치토스의 커다란 칼을 허리춤에 찬다.
저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병사가 제임스를 부른다.
"제임스님. 모든 오렌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이제 나오셔야 합니다"
"알겠다. 지금 나가지"
문을 열고 나간 제임스의 얼굴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이 쏟아져내린다.
곧 제임스의 눈앞에는 수 많은 오렌 군중들이 제임스를 기다리는 광경이 보인다.
제임스는 목청껏 외친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오렌의 새로운 국왕 제임스라고 합니다."
"웅성웅성"
"어제의 불미스러운 일로 사랑하는 연인.가족.형제를 잃은 많은 주민분들
제 부족한 역량에 먼저 사과를 드립니다"
제임스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에 처박는다.
수많은 관중들이 그런 제임스를 보며 다들 환호를 보낸다.
짝.짝.짝.짝.짝
이윽고 제임스는 고개를 들고일어나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임스의 거창한 즉위식이 끝이 나고 제임스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이 즉위식을 아버지 치토스와 어머니 마르시카가 축하해 줬으면 얼마나
기쁜 일이였을까.. 혼자 생각하니 또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주 잠시 제임스는 마음속에 남아있던 슬픔을 눈물로 모두 토해내고 나서야
허리춤에 찬 칼도 풀고 치토스의 옷도 벗어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움직였다.
제임스가 움직이는 곳은 저택의 지하 감옥. 그곳으로 제임스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표정이 정말 비장했던지라 아마 제임스의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차마 말을 걸 수 없었으리라..
뚜벅
뚜벅
뚜벅
지하 감옥에 도착한 제임스는 아리아칸을 신봉하던 사내가 수감되어 있는
감옥의 문을 열었다.
철컹
끼이이익
웅크려있던 사내는 고개를 들고 제임스를 보며,
마치 자신을 찾아오리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런 사내를 보며 제임스는 입을 열었다.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