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사람?'
밀레스 마을 대장간에서 다른 유저와 대화를 나누는 저 마법사는 1년 전에 나랑 한 길드에 몸을 담고 사냥을 같이 하던 멋진 유저였다.
그는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쥬? 라며 익살스럽게 팀원들을 위하여 소루마와 저주를 연타하던 믿음직한 마법사였기에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난 그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 매크로를 눌러제껴 그의 앞에 섰다.
하지만 민망해지는 몇 초간의 침묵에 캐릭터를 움직여본다.
'어둠 다시 하시는 거에요?'
대답이 없어 건네는 두 번째 인사에 그는 드디어 대꾸를 해준다.
'?'
아.. 이 물음표는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가?
'저 기억 안 나세요? 1년 전에 같이 사냥했던..'
구차하게 그를 기억하는 건 내 자신 혼자였다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기억이 잘.. ㅈㅅ'
그래도 한 달 가까이 길드에서도 동고동락하며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상대로 생사를 함께 넘나들던 우린 전우가 아닌가
허나 그의 예상외 반응은 기어코 등을 돌리게 만든다.
'아 사람 잘못 봤네요 ㅈㅅ함다'
그렇게 멀어지며 별일 아님에도 섣불렀던 나의 오지랖을 다시 반성하며 리콜을 꾸욱 눌러본다.
시간이 흘러 아벨 마을에서 또 다른 전우를 만난다.
그와 나는 열기구를 타러 움직이다가 서로를 확인하고
잠시 캐릭터를 멈췄지만.. 우린 누구도 먼저 인사를 하지 못한다.
딜레마
인사 그거 별거 아닌데.. 먼저 인사했다가 못 알아보면 어쩌나?라는 소심한 마음은 결국 인사 없이 열기구로 걸어가게 만든다.
눈은 끝내 전우의 캐릭터를 바라보며.. 그렇게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