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월 시인 선정 기념 이벤트 1등 수상작 '승길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
- 에피소드 제공 '택티션' 님 -
------------------------------------------------------------------------------------------
나의 아이디는 라면.
오늘은 드디어 내가 승급하는 날이다.
이 날만을 위해 꽤 오랜시간을 호러와 백작에 투자했다.
예전에 어둠의전설을 오랫동안 즐겼다가 접은 후 다시 시작한것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비승'이라는 틀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 비승이란게 은근히 무시받는 타이틀이다.
뭐 승급들만 갈 수 있는 사냥터도 즐비했고, 스펙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가끔씩 사람들이 툭 던지는
' 비승 주제에 '
라는 비아냥이 가득 담긴 말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승급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 법사 승길 도와주실분 [사례ok] '
뭐 사례비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당시 사냥은 가기싫고 그냥있자니 무료했던 승급들에게는
좋은 단기알바같은 개념이라 사람이 꽤 몰리는 편이었다.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직자 '택티션'님 도적 '조숭상'님이 합류해주셨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도가 '몽몽'님도 합류하게 되었다.
문제는 전사였는데 당시 도적의 전설이라고 불리던 시절인만큼 전사가 굉장히 귀했었다.
10분여가 지나도 아무런 귓말이 오지 않자 슬슬 초조해지려는 참이었다.
바로 그 때,
" 전사 승길 가여. "
라는 반가운 귓말이 왔고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 네! 전사님만 오시면 출발이에요 ㅎㅎ "
" ㅇㅋ 근데 사례비 ㅇㅁ? "
" 사례비는 2천입니다! ㅎㅎ "
뭐 아주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사놈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 2천? ㅈㅅ "
역시 전사가 귀하기때문에 저런 패기가 나오는 것일까 싶었다.
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 님 2500드릴게요. 다른 분들은 다 2천인데 오시죠. . "
" 흠. . .아 2500받고 가긴 귀찮은데 쯧. "
순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단어는 한가지밖에 없었다.
' 갑 질 '
그렇게 비승때도 승급놈들한테 무시당해 서러웠는데 이렇게 승급하는 날조차 갑질을 당하다니. .
하지만 그래도 승급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 .
일단은 녀석의 비위를 맞춰주기로 헀다.
" 잘 모시겠습니다. 한번만 와주시죠. 하이디님 ㅎㅎ "
" 일단 ㅇㅋ "
결국 이렇게 전사 '하이디'님을 끝으로,
모든 직업의 모집을 완료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죽음의마을 리콜을 사용했다.
이윽고 모두가 모이고, 출발하기전 이 전사의 갑질은 다시 시작되었다.
" 미리 말하지만 전 오다리에서 돈받고 갈거임ㅋ "
그러자 이어지는 침묵.
아마 다들 나와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오르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도가 몽몽님이 텔깃이 아닌 세오의깃털을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상당히 뒤쳐졌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첫번째 오다리에 모두 도착했을때,
몽몽님이 친구에게 빌렸던 생목을 급하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리콜을 탔던 것이다.
뭐 당시 당장 급한 일은 없었기에, 우리는 몽몽님이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이 전사 하이디놈은 생각이 달랐던 것 같지만.
" 아 짜증나네. 올라오다가 갑자기 콜을 타? "
라는 짜증 가득 섞인 투정이 튀어나왔고,
이 녀석의 갑작스러운 도주가 불안해진 나는 열심히 그 녀석을 달랬다.
" 하하하. . 전사님 몽몽님 금방오신대요 ㅠㅠ. "
그러자 기다리는 동안 몇마디 시시껄렁한 대화가 오갔고,
전사 녀석은 무료했는지 갑작스럽게 상식을 파괴한 짓을 시작했다.
" 님들 이거있음? ㅋ "
말과 함께 녀석이 떨군 것은 '향상된 리젠트 다이아귀걸이' 였다.
당시 현금의 가치로 따지면 30만원이 넘어가는 초고가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모두 하이디님의 행동으로 어안이 벙벙할때, 도적 조숭상님이 슬쩍 나에게 귓을 했다.
" 님 세깃 있음? "
" 네. 왜요? "
" 내가 한번 더 떨궈달라고 해볼테니가 제 옆으로 오셨다가 타밍맞춰서 세깃쓰고 B누르셈. "
안그래도 재수없었던 전사를 물먹일 수 있는 훌륭한 작전이었다.
나는 조숭상님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의 말문으로 작전은 시작되었다.
" 우와 전사님 쩔어요. 한번만 더 보여주심 안돼요? 부럽다 ㅠㅠ "
부럽다는 도적님의 말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녀석은 ㅋㅋㅋㅋ을 연발하며 한번 더 향리를 떨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세깃을 썼고 숭상님도 세깃을 썼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때 숭상님은 하이디님께 교환을 걸었다고 한다.
' 라면 picks up 향상된리젠트다이아귀걸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현웃이 터져버렸다.
이 재수없는 전사 놈을 드디어 능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사놈은 너무 당황했는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말문을 열었다.
" 헐. . "
" 헐 . . . . "
" 라면님 돌려주세요 . . "
그리고 이어진 나의 대답.
" ㅋ 아까부터 갑질하셨던데 제가 왜요? "
이 말에 갓숭상님과 택티션님은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의 능욕은 시작되었다.
" 라면님 돌려주세요 제발 . . "
" 어허 애절함이 부족하군요? "
" 저 그거 사려고 . .사실 한달동안 라면만 먹었단 말이에요 제발 . . "
" 그게 저랑 뭔 상관이 있죠? ㅋㅋ "
이런 식으로 녀석을 계속해서 놀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가 몽몽님이 올라오고 우린 다시 올라가기로 하였다.
이제 전사놈의 갑잘과 비아냥은 더이상 들을수 없어 아주 기분이 상쾌했다.
하지만 아직 나의 노여움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이런 놈들은 버릇을 아예 확 고쳐줘야 한다.
갓숭상님한테 귓을 하여 재미있는 제안을 하였다.
그것은 능욕의 끝판왕인 . .
" 숭상님 저랑 향리 패스게임 하실래요?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ㅋ ㄱㄱ "
그때부터 천천히 올라오는 도가님을 이용하여 우리는 패스게임을 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떨구면 다시 숭상님이 먹고, 숭상님이 떨구면 다시 내가 먹는.
하이디님의 텔깃쓰는 스킬이 부족해서 할 수 있었던 플레이였다.
" 아 . . . 제발. "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하이디님은 머리끝까지 화가났을 것이다.
이건 마치 초등학교때 애들 여러명이 한명을 두고 축구공을 뺏게 하여 볼을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인지라, 당하는 사람은 정말 말할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 좀 적당히 좀 하세여 진짜. "
드디어 녀석의 입에서 짜증섞인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 ㅋ 님 향리 필없음? 그럼 그냥 승급이고 뭐고 저 콜타도 되는 부분? "
" 아. . 아뇨 잘못했습니다 . . "
결국 패싱게임을 진행하며, 두번째 오다리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사례비를 돌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고,
하이디님에겐 사례비와 함께 향리를 올려놓고 말했다.
" 두번 다시 갑질하실래요 안하실래요 ㅋ "
" 안하겠습니다! "
" 이거 받고 50층까지 올라가실거예요 안가실거예요 ㅋ "
" 가겠습니다! "
" 몹 열심히 잡으실거죠? "
" 네! "
그리고 나는 사례비와 함께 향리를 돌려주었다.
향리를 받자마자 하이디님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 x x x 들 사냥터나 야배서 마주치지마라. "
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콜을 타버렸다.
" 아 그냥 주지말걸 그랬나? "
그 말에 모두는 다시 한번 폭소했고, 그렇게 나는 무사히 승급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훗날 녀석을 어둠에서 볼 수 없었다.
당시 충격이 큰 탓에 접어버리기라도 한 것인가?
무튼 내가 어둠의전설을 플레이하며 겪었던 일 중 가장 즐거운 에피소드였다.
승길에서 있었던 일
부제 - 향리능욕사건
[完]
-----------------------------------------------------------------------------------
등장인물들의 아이디는 '택티션'님을 제외하고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실제있었던 스토리에 임의대로 각색을 더한 것이니, 당사자라고 생각되셔도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