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그런 무도가였다.
간만에 새로 나온 패치에 들뜬 유저들도 막상 어인이라는 시스템을 보고
그렇게까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저냥 묻혀버리는 듯 하였다.
'물기' 는 그냥 몬스터에게 사용하면 그다지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스킬이였고
'물살가르기' 라는 스킬도 범위 스킬이긴 했지만 큰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동족상잔' 이라는 스킬은 무슨일에서인지 액티브가 아니라
패시브 스킬로 사용이 안되는 스킬이여서 운영진은 유저들에게 상당한 욕을 먹는다.
유저들은 성천카페에 운영진을 조롱했으며 어둠 게시판에도 조롱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 어인 왜 만든거임?ㅋㅋ -
- 어인은 있는데 상인이나 괴인은 왜 없음? -
각종 드립이 난무하며 운영진에게 손가락질과 갖은 비판을 쏟아붓던 유저들을 보며
운영팀의 막내 신입사원은 상사들과의 회의에서 입을 열었다.
" 이제 동족상잔 스킬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
" 설명 해보게 "
별 기대심도 없다는 말투로 신입사원에게 말 할 권리를 준건
운영팀의 최장 고참이였고 신입사원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은채
밤을 새며 써내린 동족상잔의 스킬을 설명했다.
" 어인은 자신과 같은 어인 중에서 스펙이 낮은 어인들을
잡아먹고 약 5분동안의 버프와 체력 회복 , 마력 회복 효과를 얻습니다. "
푸하하하하하하
적막만이 흐르던 회의실에서는 막내 신입사원을 제외한 모든이가
박장대소를 했고 신입사원은 당환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최고참 운영진은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물었다.
" 그에 따른 리스크도 있을텐데 그건 생각해봤는가? "
" 네 . 세상 모든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듯이 리스크 또한 생각했습니다. "
" 그래. 그게 무언지 들어볼 수 있는가 "
" 원치 않는 어인이 또 다른 어인에게 동족상잔을 당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서
리치마나처럼 그룹이 되있는 상태에서만 동족상잔을 실행해볼까도 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동족상잔은 협의가 이루어진 채 행해지는 본능이 아닙니다.
물론 스펙이 낮은 어인들은 동족상잔을 당하고 불만이 쏟아져나올테지만
어차피 이 프로젝트는 한 달 뿐이고 , 유저들은 동족상잔을 당하지 않으려
스펙업에 열심히 매진할 것입니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도 커다란 이익으로 돌아올테지요 "
더 이상 회의실에서의 다른 운영진은 웃을 수 없었다.
막내 신입사원의 또렷한 패기 넘치는 발언으로 모두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종이에 각자 그의 이야기를 받아적었기 떄문이다.
오래지 않는 침묵 후 , 최고 상사 운영진은 결정을 내렸다.
" 좋네. 동족상잔을 구현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