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신전은 세 가지의 관문을 용사들이 통과하여 최종 보상 상자까지 갈 수 있는 유희거리의 던전이다.
그런 물의 신전은 사실 과거에 하나의 관문만을 통과하면 보상 상자까지 도달 할 수 있는 쉬운 던전이였으나
지금부터 이야기 할 하나의 사건이 지금 아무도 찾지 않는 제법 난이도 있는 던전으로 탈바꿈 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머메이드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용사들을 유혹하는 인어 몬스터이자 철저히 물의 신전을 지키는
문지기로써 오늘도 사명을 다하여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노랫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물의 신전에 방문한 용사들은 그의 노래에 심취하여
보상 상자까지로 가는 여정을 포기한 채 자리에서 넋을 놓고 그의 노랫말을 쳐다만 보았다.
머메이드는 행복했다.
자신의 사명을 다함이 곧 인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자아실현의 욕구인지도 모른 채
머메이드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물의 신전이라는 던전에 자신을 안착시켜주고 할 일을 만들어준 절대자. 즉 운영자님에게
머메이드는 늘 아침마다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오늘은 노랫소리가 더욱 좋은걸? 계속 그렇게만 열심히 하자. 머메이드"
절대자는 간혹 물의 신전에 방문하여 머메이드를 칭찬하고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평범하지만 또 평범하지않은 물의 신전에 불청객. 즉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한 청년 도적이 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오늘은 화려한 귀걸이를 꼭 얻어가야지!"
"난 블루오피온의 등껍질이 필요해. 이봐. 세자로. 채비는 단단히 했는가?"
"당연하지. 어제 크리샤오르를 날카롭게 만드느라 대장장이에게 용돈을 전부 쥐어준걸?"
"하하. 역시 세자로 너의 준비성이란 철저하군 그래"
사내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그들의 육성은 한참 던전을 찾는 이가 없던 물의 신전 적막을 깨고
머메이드에게 들려왔다.
머메이드는 그들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목을 가다듬은 채. 그들 앞에서 몬스터로써의 사명을 다했다.
"룰루 ~ 난 머메이드 ~ 물의 신전을 지키는 난 머메이드 ~ "
파란색이 짙은 머리를 하고 있는 도적 청년은 날카롭게 날이 선 크리샤오르로 머메이드에게
각종 도적의 기술을 시전하며 묵묵히 보상 상자까지로의 여정을 향해 달려만 갔다.
도적 청년의 옆에서 힐링과 버프로 보조를 하고 있던 청년도 어쩐일에서인지 머메이드의 노랫소리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세자로. 이제 얘 (머메이드) 만 잡으면 보상 상자를 깔 수 있지?"
"그래. 성천. 힘을 내라고. "
머메이드는 의아했다.
사내란 본디 시각과 청각에 홀려 본분을 잊어버린 채 분명 자리에 주저 앉아 자신의 노랫소리를
듣고 무아지경에 빠져야하는게 일반적인 생각이였는데 이들은 달랐다.
노랫소리가 조금 더 강하게 올라가도 이들은 미동도 안하고 벌써 30번 . 혹은 31번쯤 벌써
물의 신전을 통과하는게 아닌가?
머메이드는 아픔에 익숙치 않았다.
그의 노래가 용사를 깊은 안식에 취하게 만들면 그에게 날아오는 수 많은 기술은 곧 진정이 되었고
모든게 고요해졌을 뿐 ..
몇 번의 물의 신전을 릴레이 하던 두 사내는 곧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먼저 자리에 주저 앉은건 힐링과 버프를 지속적으로 담당하던 성천이였다.
그는 어림 잡아봐도 무거워보이는 스태프를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다.
"이젠 안되겠어. 지치는군. 세자로. 난 여기까지만 할게"
곧 도적 청년 세자로라고 하는 사내도 성천이라는 사내의 옆에 함께 앉았다.
하마터면 주저 앉다가 크리샤오르로 허벅지를 찌를뻔 했던 세자로는 약 5미터가량 크리샤오르를 던져놨다.
"고생했어. 성천. 그럼 먼저 가봐. 난 트랩이 있으니 혼자 조금 더 해도 될 것 같아"
"독한 친구 같으니라고. 세자로. 역시 넌 독종이야. 그럼 먼저 리콜을 사용하겠어"
"고생했어. 또 밀레스 여관에서 보자고"
"그러자고."
홀연히 성천이라는 사내가 사라져버리고 한참을 더 앉아있던 도적 세자로는 던져놓은
크리샤오르를 집어들고 일어선다.
"웃차. 어디 다시 시작해볼까"
그가 머메이드에게 다가온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던 머메이드는 이제 참을 수 없었기에 정해진 시스템에서 벗어나
도적 세자로에게 불쑥 다가가 입을 열어버렸다.
"내 노래가 별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