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경험
이제 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로 예전을 추억하며 써본다.
아마 20년 전쯤 초등학교 중간짬밥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 쯤이였나..
우리집은 큰집이라 항상 명절에는 친척들로 붐볐다. 어릴적 아버지는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서 집에 항상 컴퓨터를 어디서 가지고 오시곤 했다.
그 덕에 어린나이에 도스게임 더블드래곤 등 여러게임을 접할수 있었는데,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고 온라인게임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할 찰나 두살터울의 친척형이 나에게 접근을 했다.
"야 너 요즘 형이 재밌는 게임 발견 했는데 같이 해볼까?"
이 당시 난 온라인게임에 문외한으로 아예 개념이 없었다.
"그래, 뭐 한번 같이 가** 뭐.."
이때 PC방 가서 접한 내생애 최초의 온라인게임 어둠의전설...
시작부터 씨꺼먼 배경화면에 내 기억속엔 그리 재밌을거 같진 않았다.
"형 이거 뭘 눌러야해?"
"야 내가 원래 동네에서 하고 있었으니까 칸의 서 눌러서 아이디 만들고 와"
아이디라는걸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걸로 해야할까...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 때 요즘 학교 국어책에 자꾸 개똥이라는 이름이 나온걸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그래 개똥이로 가자"
ID 개똥이로 생성되었습니다.
이 아이디를 만들때 친척형이 피식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선 직업 만들어야되니까 북의우드랜드 가서 뱀 잡아서 레벨올려"
"응"
"형 이거 레벨업 됐는데 뭐 눌러야 해?"
"나도 몰라.. 그냥 너 올리고 싶은거 올려"
레벨업..레벨업..레벨업..
"자 이제 직업을 선택해 너하고 싶은거"
딸칵
"개똥이님이 마법사가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기 기술 배우는 곳 가서 마레노 배워서 이제 마법 써서 잡아"
2...1...마레노!!
"오, 이제 벌 한방에 잡아"
라곤 했지만,
첫경험으로 마법사를 한 나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후 내가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러 PC방엔 갔지만, 어둠의전설을 하러 PC방에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올 설에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친척형이 내 방에 있는 컴퓨터에 어둠의전설이 깔려 있는거 보고 한마디를 했다.
"임마, 너 진짜 지독하다 아직도 이게임하냐?"
"이거 형이 나 알려준거잖아. 뭐 딴거 하려해도 할줄 아는게 없어"
"야, 형 요즘 롤하는데 해볼래?"
"아니..형 더이상 저거 하나면 됐어..형 때문에 지금 몇년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