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랜퀵이 아직 존재하던 과거
막 복귀해서 사냥하는 방법도 몰랐던 나는 어느 새벽 우연치 않게 어빌199의 나와 비슷한 단수 전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굉장히 멋있게 "같이 가드려요?"라고 얘기했고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흔쾌히 수락했다
복귀하자마자 본 그 전사는 나에겐 신세계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세상을 맞이한 것과 같은 신세계가 맞겠지
내 기억 속에 히야트 던전을 돌던 그런 전사가 아닌 한방에 다 죽이는 전사
취업준비생이었던 나는 새벽마다 플레이를 했었는데 그 사람은 신기하게도 직업이 없던 나보다 어둠을 더 오래하는 것 같았다
뭐 그래도 잠깐이나마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거니까하고 생각을 넘겼었다
전과 같이 랜퀵을 돌면서 게임을 하던 어느날 어떤 무도가와 순수도적이 같은 매칭에 잡혔다
근데 그 파티에선 내가 알던 슈퍼 전사가 아니었다
도가와 순수도적의 현란한 테깃 솜씨에 몹을 건들지도 못하는게 아닌가!
3존이 지날 무렵 슈퍼전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귓을 해보니 답장도 하지 않는다
그뒤로 슈퍼전사를 볼 수 없었다
아니 보더라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삐진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지나고 보면 계속 영웅으로 남고 싶었지만 5렙도가와 7렙순도에게 몹을 다 따이는 모습을 보인 쓸쓸한 영웅의 앙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3개월 후 원하던 회사에 취업을 했고 일하면서도 잠깐씩 어둠을 즐겨 결국 3차 승급을 하게 되었다
3차 승급을 했다는 기분에 취해 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인사를 하던 나는 익숙한 아이디를 보게 되었다
밀레스에서 저단 유저들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오랜만에 인사를 건냈지만 그는 유저들 사이로 도망치듯 테깃을 쓰며 사라져버렸다
종종 자유게시판을 들여다 보던 나는 여전히 그 슈퍼전사의 소식을 듣고 있다
메타를 일반 사람들이 모으기 힘든 굉장히 많은 개수를 모았고 12단 직자 어빌99 그리고 3차가 출시된 직후부터 여전히 30단을 찍는 비용의 완화를 외치는 모습까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긴 했지만 초라한 그때의 영웅을 보니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근데 하루에 5천원씩만 모았어도 30단은 찍지 않았으려나? 뭐 각자의 사정이 있는거니까
슈퍼전사 종종 지켜보고 있다 대답조차 하지 않는 당신을 보며 실망도 했었지만 지금은 동정 섞인 응원을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