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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나는 2024.07.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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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길드에서 타이틀 보유자가 배출되는 날이다.



그의 아이템 강화를 숨죽이며 지켜보다, 성공했다는 말에 탄성을 내지른다. 비록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에 묻혀버렸지만.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동료를 바라본다. 백색의 용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녀석은 케릭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신이나 싱글벙글 하고 있을까? 아니면 긴장감 속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을까? 나는 알수가 없다.



고개를 살짝 돌려 맞은 편 케릭터를 쳐다본다. 강화를 경쟁하던 상대방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덤덤히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며 마치 기계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케릭터는 무(無)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쯤 많은 생각을 하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들지 않거나겠지.. 사실 잘 모르겠다.




[드디어 마이소시아에.. 최초로 백색의 용자가 등장했습니다!!]




나의 시선은 이 광경을 함께하는 다양한 케릭터에게 향한다. 다들 열정적이었지.

뮤레칸 던전이 나온지도.. 어느덧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

누구는 성공의 기쁨을 만끽할 때, 누구는 왜 나만 이라는 말로 원망섞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곳.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길드원들이 온갖 다양한 메세지로 타이틀을 획득한 녀석을 칭찬해 주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너가 최고야'라는 동료도 있고

연신 이상한 웃음소리만 내는 동료도.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녀석도 있었다.

내가 만약 질투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사실 저 입장이 되 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 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 나는 손이 부서져라 축하 메세지를 남겨 보았다.

그런 내 모습을 누구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며칠 후 나는 사냥을 마친 뒤 꿀맛같은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다.

시끌벅적한 마이소시아를 뒤로하고 커뮤니티에 들어간다. 유저들이 담소를 나누는 게임 카페다.

이곳도 역시 백색의 용자 이야기로 가득하다. 수십명이 올린 스크린샷의 주인공은 역시 그녀석이다.

화면에 익숙한 얼굴들이 비치더니 내 케릭터도 작게나마 비친다. 마치 엑스트라 같다.



나는 뭐라도 홀린듯 다른 사람의 영광의 순간을 찾아보고 있다.



그 순간에도 나는 게임을 했고, 다음에 찾아본 스크린샷에도 내가 있었다.

옛 스크린샷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 같다. 그땐 그랬는데.. 라고 떠오르는 기억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 해왔구나.. 내가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몇개의 스크린샷을 더 찾아보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다. 지극히 이유있는 감정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묘해지는 감정의 이유는 이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이소시아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 두글자로 이루어진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수많은 유저들의 영광의 순간을 지켜 보고,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왜 그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까?

생각조차 하기 싫었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디서 적절한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나는 나태하지 않았다. 언제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편이다.

영광의 순간을 거친 케릭터와 내 케릭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그동안 무얼 해왔을까? 그들이 마이소시아의 역사속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때 나는?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 물음표의 향연. 외마디 질문이 나를 적신다.

나는? 나는 그동안 무얼 해왔던거지?




왜 그들은? 왜 나는?




사냥을 하는 내내 잡생각이 들어 집중할 수가 없다. 오늘도 열심히 사냥하고 있지만, 그들을 넘을 수 없을 것 같다.

왜? 왜 나는 그들을 넘을 수 없었을까? 선천적인 두뇌와 역량의 차이인가? 정말 인간은 태어나면서 평범할 사람과

뭘 해도 잘 될 사람이 정해지고 태어나게 되는걸까? 그런거라면 나에겐 영광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 운명인걸까?


같은 팀 직자에게 사냥좀 제대로 하라는 핀잔을 듣고 말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정신은 다른 곳에 쏠려 있다. 왜 나는?.. 계속되는 답이 없는 질문 속에서 가호를 까먹는다.

내 케릭터는 언제쯤 전성기를 맞을까? 이미 지나버린 건 아닐까? 나는 왜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을까?

팀원들이 나를 버리고 간다. 어느덧 내 케릭터조차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잠자리에 누워 비로소 답을 찾기를 포기한다. 아니, 사실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답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기에, 스스로 답 찾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꿈에서 나는 PVP대회 결승전을 진행 중이다. 그것도 내가 주인공인 결승전. 내가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경기만 이기면 최종 우승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도 내가 가져가게 된다.

드디어 내 케릭터도 명예를 얻을 수 있어..!



그런데 왜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는 것일까.



내가 이 자리에 있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케릭터가 대답한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머리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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