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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흔히 시각적 예술로 여겨지지만 그 본질은 카메라 이미지 너머에 있습니다.
사진으로의 기록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며,
이는 두 눈 만큼이나 중요한 두 발로 완성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 반복적인 풍경을 무심히 지나치곤 합니다.
그러나 사진가는 달라야 하죠.
발걸음을 멈추고, 혹은 다시 한 번 내딛기도 하며 순간을 포착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대신 서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느끼며,
그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사진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단순히 눈앞의 장면을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상 속 무언가를 찾아 두 발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모퉁이를 돌았을 때 새로운 빛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누군가를 만날지.
혹은 숲과 나무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게 드리워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짐작만 할 뿐이죠.
그래서 사진은 일종의 탐험이며, 그 탐험은 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때로는 무작정 걷다가 마주친 장면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지나간 길이라도
사진가라면 그 길 위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순간을 잡아냅니다.
두 발로 걷고, 멈추고, 다시 나아가면서 세상과 조우하며 순간을 기록하기.
결국 사진이란 발걸음에서 비롯된 시선의 예술입니다.
사진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혹은 마음으로나마 반짝임을 잡아내어 하루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비싼 카메라,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좋아요.
박수받을 정도로 근사하지 않아도, 돈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빛, 바람, 그리고 작은 순간들을 담아내세요.
그렇게 기록된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필름으로-
언젠가 다가올 황혼의 어느 좋은 날, 이 오늘을 기억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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