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하루
이사하던 날 어둠의 골목길을 걸어
대숲 아래 낯선 집으로 들어섰다.
연꽃이 핀다는 미개발 지역.
꽃은 피지 않고 삶의 그늘만 짙다.
산골 오지를 닮은 이곳에서
그저 고요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비어있는 것은 이처럼 쓸쓸한 것임을
불꺼진 방 한가운데에서 문득 깨닫는다.
젖은 곰팡내가 후각을 자극하는 저녁.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나는 왜 오늘에야 그것을 알았을까.
청춘과 맞바꾼 유일한 무형의 재산.
어제의 꿈결 같은 안식일랑 잊어버리자.
꽃이 피지 않는 이름뿐인 이 마을.
어두워진 풍경의 첫날 잠자리에는
고요함이, 쓸쓸함이... 작은 희망이
피곤한 듯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새색시처럼 연꽃향으로 내 곁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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