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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방울꽃 이야기
191 2002.11.06. 00:00

- 사랑의 가치를 잊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 깊은 숲속에 달팽이와 예쁜 방울꽃이 살았습니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나무 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 개를 넘어와 "방울꽃님,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행여 꽃잎이 떨어질까 방울꽃 곁에서 밤을 지새운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민들레 꽃시라도 들을까 봐 아무 말도 못하고 맴돌기만 하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는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방울꽃은 노란 나비를 좋아했고, 나비도 방울꽃이 달콤한 꿀을 주기에 좋아했습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도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젖어드는 까닭 모를 서글픔에 눈물짓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서 떨어지던 어느 날, 나비는 바람이 차가와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버렸습니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달팽이가 흘린 눈물 방울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밤새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꽃잎이 바람에 다 떨어져 버리고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 위에 떨어져 버렸을 때, 흙을 곱게 덮어 주며 달팽이는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씨앗이 된 방울꽃은 그제서야 달팽이가 오래 전부터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그 사랑을 원하고 또 지키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여유 입니다. 사랑을 할 때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인식하여 받아들이며 때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크고 깊게 그리고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지금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운 사랑을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