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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여자의힘
238 2007.08.22. 21:57

오늘 서랍을 정리하던 도중 중학교 시절의 성적표가 나왔다.


나름대로 모아둔다고 모아놓은게 이제서야 발견되서 다시 한번 햇빛을 본다.

담배한대 피면서 읽어보는데 유독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눈에 들어왔다.

18등/4등

다른건 40~50등에/8~12등 사이인데 유독 높은 성적 왜 그런지 열심히 고민해보다보니

한가지 문득 떠오르는 사람도 생기더라.


이런시절이 있었구나 하면서 옛날일이 생각난다.




중학교 철없는 시절

뭣도 모르고 주먹질이나 하고 생각없이 담배를 시작한 시절이 생각난다.

여름방학 직전에 옆학교 전교 1등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이라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구경을 하러갔다.

꽤나 예쁘다는 기억을 남긴채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중학교들어 처음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역시나 신나게 놀아주셨다.

어느날 친구가 술을 샀다며 술을 마시자길래 나가서 함께 자리를 물색하고 있었다.

용X 중학교로 당첨된 술자리로 하나둘 전화를 해서 애들을 불러내는데 왠 여자애가 전학온

전교 1등을 부른다길래 관심이 많던 우리는 당장 부르라며 쾌재를 불렀고 그렇게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들이 무슨짓을 하겠는가 마시다보니 슬슬 여자아이들은 귀가할 시간이 되었고

우린 부모님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딸기우유라는 방도를 마련해 하나씩 마신뒤

귀가를 했다.

시간은 지나고 지나서 개학을 했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학온 학생과 사귀게 되었고

그때까지는 큰 문제 없이 교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고사가 다가오는데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자친구보다 시험을 못보면 무슨 쪽이란 말인가?

시험이 1주전에 닥쳤을때 고민이 시작됬다. 가오를 생명으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몇년살지도 않은게)

쪽팔리게 독서실이란 곳을 가서 공부란걸 해야하는가..

결국 시험 5일전부터 난생처음 독서실이란 곳에 가서 공부란걸 했다.

여태까지의 시험 전날에 책한번 읽어주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정말 나름대로 목숨걸고 공부하기 시작

한것이다.

여자친구보다 시험 못보면 인생 최대의 굴욕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며

차마 여자친구에게는 말도 못하고.. 피곤해서(?중1이 피곤하다니) 집에서 잔다는 문자를 남긴뒤

독서실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고 담배피러 나갈 시간도 아껴가며 그야 말로 열공을 했고

다가온 시험날.. 4일간의 시험이 끝나고 ..


결과는 뻔하다. 벼락치기로 다 전교 1등하면 누가 공부하겠냐..

그래도 여자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를 기대하며 버러우 하고 지냈다.


어느날 교무실로 담임선생님이 불러서 갔다가 신나게 머리통을 맞았다.

'왜 점수가 24점이야?' 신나게 맞았다.

나역시 의문스러워 하며(시험지상으로는 90 몇점이였는데..)이유도 모른채 두둘겨 맞는데..

평균이 92점인데 음악점수가 24점이라고 머리통을 맞았다는 사실에 나는 오히려 기뻣고

단임선생님 역시 웃으면서 때리시던 이유가 있었다. 밀려쓰다니.. 긴장 제대로 했나보다.

어쨋든 나는 이전 시험에 비해 성적이 대폭 올랐고 전교등수가 무려 29등이나 올랐다.

전교 18등

이전 시험에서 전교 47등이였던 성적에 비해 여자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여자친구네 반으로 갔는데..

이게 왠 날벼락인지 오히려 화를 내며 꼬집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여자친구는 이미 내가 독서실을 다닌다는 사실을 자신의 친구 목격담으로 들었고

거짓말에 대한 응징을 시험 끝날때까지만 참았다고 한다.

전교 3등

나보다는 훨씬 높은 성적표였지만 몰래 공부를 했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칭찬을 받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덕분에 다음 시험 전교등수는 다시 45등으로..)



그렇게 오래 만난 여자는 아니였지만, 그때를 회상해보니 생각이 많이 든다.

여자의 힘이란 남자를 일순간에 변화시킬 수도 있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