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다름없다 부서질듯한 머리와 찢어질듯한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쓰디쓴 표정으로 냉장고의 문을 열어 본다. 외로이.. 넙치는 한쪽눈을 깐채 나를 갈구고 있다. "이누마!! 그렇게 날 노려봐서 어쩌겠다는거냐 후라이팬에 널 올려놓고 뜨거운불로 지져버리고 싶다!!" 이 한마디를 건낸채 페트병에 반쯤?! 차있는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다른집이라면 보리차에 생수에 인삼차?! 까지?? "자고로 미네랄이 풍부한 수돗물이 최고지 하하~!!" 이 대사를 던지고난후 화장실에 뛰어들어가 무언가 터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변을 보기 일쑤.. 그래도 난 수돗물이 좋다. "끓이기 귀찮으니까!!" 내가 일어나자마자 꼭 하는것이 있다. 징크스와도 비슷하다. 이걸 하지 않으면 그날은 일이 꼬일정도로.. 재수가 없을정도로.. (시대에 뒤떨어 지게 사는구만.. 고리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수 있는 광경이다. 자그마한 옥탑방에 이끝에서 저끝까지 긴 줄을 빨래줄로 이용하고 오순도순 모여있는 항아리들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샌드백.. 그와 다를것이 없는 우리집은 높은곳에 있어서 멀리있는동네또한 한눈에보인다 산등성이 위로 둥~둥~ 떠다니는 구름과 내 눈앞을 밝게 비쳐주고 잔잔한 미소를 띄게 해주는 태양.. 그리고 자그마한 집..빌라.. 돈주고도 보지 못할 그런 광경은 난 매일 보게 된다. 내 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광경을 보곤 힘없이 다시 들어 간다.. 매일봐도 달라지지 않고 아름답기에 그지없는 그런 광경을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는것.. 이 얼마나 안타까운일이란 말인가.. 분주하다. 직원들과의 인사는 그저 일상생활에 한부분이다. 정말로 반가운마음에 인사를 하는지.. 그저 어렸을때부터 배워왔고 어렸을때부터 해왔던 일이 인사기때문에 습관이겠지.. '담배 하나 물고 시작하자..' 애연가인 난 담배 없인 못살정도로 담배라는것을 떨쳐내지 못한다. 직장내에선 금연인지라 굳이 복도 끝이라는곳까지 가서 내 반쪽인 담배를 핀다. 조그마한 창문에 쭉쭉솟아 올라와있는 빌딩들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아니 우리 처럼 피땀흘려 일하고 있을까.. 이생각만하면 난 물질주의로 바껴버린 세상을 원망하고 또 원망한다. "연아" "응!!조금만더 통화하면 안될까?? 응!! 그래!!" 전화통화중인 연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쳐 부르게 됬다. "음..병수씨군요. 여긴 직장이니 존칭을 사용하는게 어때요??" 갑자기 변해 버린 연.. 그녀는 전날에 뭘 잘못먹었는지 존칭을 사용하잔다 "응.아..네.." 전화통화중엔 입이 귀에 걸릴것만큼 방실방실하더니 날 보곤 무표정의 얼굴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주는터라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 '아침부터.. 왠지 껄떡지근한데..??' 높게 쌓여진 서류들과 열받을대로 열받아 버린 많은 컴퓨터들과 모니터 직원들이 하는 일마다 오류가 있었는지 과장님의 언성은 높아져만 갔고 쌓이는 피로와 과장님의 언성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낮아질대로 낮아졌다. 다들 일하고 싶어 하는 의욕들을 상실했는지 자주 밖으로 들락날락 거리기 십수번.. 지칠대로 지쳐버린 직원들과 전쟁터로 변해 버린 사무실안은 온통 살기와 눈치.. 폭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처럼 어수선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직 할일은 많이 남았고 높게 쌓여진 서류들은 사라질 생각을 안하는데 시계바늘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며 해는 점점 저물어 지고 있었다. '오늘은 야근이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