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때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2년이 지나 3학년이 된 나는 나름대로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있었다. 솔직히 2학년때까지는 가장 어렵다는 산수라고 해봐야 덧셈과 뺄셈이 전부인지라 어려울래야 어려울수가 없었다. 2학년때까지는 산수시간만 되면 진도와는 상관없이 산수책을 펼쳐서 무작정 다 풀어버리고 친구와 떠들고는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산수책은 1주일만 지나면 책 전체가 다 풀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때의 그 오만방자함이란.... 어쨌든 3학년 첫시간. 우리는 책을 나누어 받았다. 뭐 그럭저럭 훑어보던차에 산수책이 눈에 들어왔고, 또다시 1년간을 달콤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산수시간이 찾아왔다. 하필 짝지도 2학년때 그녀석이 짝지였던 지라 우린 내기라도 하는 듯 산수책을 허겁지겁 풀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우린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뜨아! 이게 머시야!!" 정말 그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아니 국정 교과서라는 책에 더하기표시가 기울어져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제대로 인쇄된게 하나도 없었고 전부 기울어져 있었다. 당시 어린마음에 나와 짝지는 우리나라 도서판본검토에 대한 불신을 가진 체 분노에 휩싸였으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육청을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나머지 페이지도 싹 다 풀어버렸다. 물론 덧셈을 하는 식으로 끝~~~까지......... 그로부터 1주일 뒤... 칠판에 나가서 풀이를 시키는 시간에 내가 딱 걸렸다. 난 당당하게 덧셈으로 풀었고 더 가관인건 그 문제 옆에 `인쇄잘못됨`이라고 적고 나왔다는 점이다.... 난 그날 그 수업시간에 정말 보기좋게 망신 당했고 그때 처음으로 그 요상한 도형이 곱셈기호라는것을 알았다. 결국 나와 내 짝지는 그 날 오후까지 남아서 산수책 뒤에 잘못푼 문제들을 전부 지워야만 했다... 역시 개구리는 우물안에서만 살다보면 바보가 되는것 같다. -비록 우린 덤앤더머였지만 난 지금도 그 녀석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