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내 이름 앞으로 편지가 한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병무청.
'드디어 올게 왔구나' 라고 생각이 든 나는
입대일 이라 적혀있던 8월 29일까지
미1친듯이 놀기로 계획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내다가
어느덧 8월 29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입영훈련소에서 마지막으로
연병장 한바퀴를 돌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잘들어간다고
나오지도 않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연병장을 다 돌고
어떤 한 구막사 앞에 신병 500명을 세워 두더니
조금전까지만 해도 존댓말을 하던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을땐 입대를 한게 확 와 닿았다.
거기서 젤 높은 놈(중대장)처럼 보이는놈이
노란색종이 여러장( 병적기록표 ) 을 갖고 오더니
우리들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린 사람들은 구막사 안으로 전투복을 받으러 들어갔다.
그렇게 한 50분이 흘렀나?
다른사람들 이름은 다 불렸는데 내 이름은 불려지지 않았다.
" 이상 이름 안불린 사람있나? "
" 저 안불렸는데요? "
" 너 이름이 뭐냐? "
" XXX 이요 "
" 니 이름은 없는데? "
너무 황당해서 영장통지서를 가지고 중대장 앞으로 갔다.
그러고 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 병1쉰아 이건 영장통지서가 아니라 입영승낙서 잖아!!"
그런거였다..
처음 스무살 신검때 희망입대일을 쓰는 란이 있었는데
그 희망입대일이 다가오면 한번 더 물어보는 입영승낙서 였던것이었다.
난 바보같이 그게 영장인줄만 믿고 이른아침에 논산까지 온거였다.
안절부절 하던 사이에 오만 생각이 다났다.
그걸 지켜보던 중대장이
" 너 저기 버스타고 집에 다시 돌아가라
입대일자에 안오고 버티는놈들도 많은데 넌 입대일도 아닌데 왔냐 "
집에 가라고 소릴 들었을땐
머리는 귀/두컷으로 깎고 가족들, 친구들, 여자친구한테 인사까지 다 하고 들어왔는데
미친듯이 놀릴게 뻔한 친구들 보기 쪽팔려서 돌아가기 싫었다.
그래서 논산훈련소 행정반에 쳐들어가서
지나가던 원사붙잡고
"제발 입대시켜주세요 가족이랑 친구들한테 인사다해놨는데 돌아가긴 쪽팔려요"
그렇게 30분 물고 늘어지니깐
그 원사가
"그럼 각서 한장 써라 절대 사고안치고 무사히 2년 복무 충실히 하겠다고 "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 본 각서를 완전 기쁜맘으로 적었다.
그러고 그 각서는
내 병적기록표에 스템플러로 찍어두었는데
후에 난 자대에 가서
그 각서 한장 덕분에 고참들에게 완전 또1라이취급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