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잤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쨌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을때 난 숲 속에 혼자 쳐박혀 있었다. 웬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에.. 그러니까.. 여긴.. 음.." 우연히 몸을 쳐다본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알몸이였다. 으헤엑.. 나는 누가 볼까봐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려버렸다. 웅크리는 순간 내 머리쪽으로 무언가가 가볍게 스쳤다. 머리.. 머리카락도 이전에 예쁜 빨강 머리에서 새카만 머리가 되어있었다. 그 위로 하얀 빛깔의 종이가 바람에 하늘거렸는데 자세히 보니 내 뒷쪽에서 쏟아져 올라왔다. 이게 날개라는 것인가? "우움.. 그러니까.. 이게 에인트라는 괴물인가보지.." 갑자기 떠올랐다. 분명히 그 이상한 버섯할아범이 변스럽게 내 몸을 감싸고 돌면서 나는 곯아떨어진거였으니까.. 음.. 혹시.. 내가 자는 사이에.. 흐억.. "설마.. 그 왕변태 재수가 내 순정을..? 우씨..." 콰당. 놀란 나는 옆을 쳐다봤다. 무언가가 내 혼잣말을 듣고 쓰러진 거 같다.. 우씨.. 그럼 이 꼬라지를 첨부터 보고 있었단 말야? 뜨아.. 나는 완전히 버려진 인생이 되버린 것 아닐까..? "꺄악.. 누구야 너?" "으.. 이봐.. 몸은 좀 어떻냐?" "어헉.. 넌 뭔데 숙녀의 몸을 함부로 쳐다봐? 이 변태야!" "이.. 이봐.. ㅡㅡ;; 나도 숙녀라고.." "엇.." 그러고 보니 그 애 역시 에인트라는 것인가보다.. 약간 붉은 바탕에 노란 줄이 예쁘게 그어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나처럼 검은 색을 뒤에서 살짝 틀어놓은 포니테일이였고, 원피스 뒤로 빛나는 흰색 날개에 금색 선이 반짝였다. "와ㅡ! 너 예쁘다." "헤헷. 고마워. 보니까 이 근처 살던 애는 아닌거 같은데 어디서 왔니? 그리고 옷은 어디로 갔어?" "으.. 그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떤 몹쓸 위스프를 쫓아간 것과 살고 싶다고 발버둥 친 이야기.. 그리고 변스러운 버섯 할아범 이야기 등등.. "우와! 그러니까 니가 인간 마법사였다 그거야?" "응." "그런데 우리 에인트 종족으로 만들어줬다 그거지? 그 버섯이." "응." "슈리커 신관 픽스타인 짓이군.. 그할아범은 웬일인지 슈리커족 치고는 순둥이인 편이라.." "픽스타인?" "엉. 이 숲을 지키는 종족의 대표 할아범이야. 총 세 종족의 대표가 신관이 되서 여기를 수호하고 있어. 우리 에인트족과 슈리커 종족, 그리고 위스프들 중 한명 씩 뽑아 맡고 있지." "그렇구나.. 그런데.. 뭐 입을거나 가릴거좀 줄래 ㅡㅡ?" "음..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여기서 가까우니까 내가 입는 옷 하나 줄께 니 옷 은 니가 만들어 쓰면 돼." 그 요정은 배시시 웃더니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순식간에 그애는 하늘 저 높은 곳에 서서 펄럭거리고 있었다. "야! 너 안올라와?" "아니.. 저기.. 난.. 날 줄 모르는데.." 순간 그 에인트가 공중에서 휘청거렸다. . . . . "날 줄 몰 라 ?" "응 ㅡㅡ;" "에이구 우쩌냐.. 걸어가려면 한도끝도없이 멀어." "그럼 어쩌지?" 그 에인트는 비장한 결단을 하더니 다시 내 앞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마치 공작이 날개를 쭈욱 펼쳤다가 자연스럽게 접는 것처럼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술이였다. "자. 업혀." "업혀?" 그애는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내 앞에 와서 등을 내 주었다. 하얀 날갯죽지가 뒤에서 앉은 나비가 숨쉬는 듯 설레설레 움직였다. "우씨.. 그럼 어쩔거야?" "응.. 그럼.." 나는 그애의 등에 내 몸을 찰싹 같다붙이고 목을 껴안았다. 순식간에 우리 둘은 하늘로 솟구쳐올라갔다. - Tew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