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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회상] 성직자의 마법사 과외하기..
3592 2003.08.12. 19:36


해가 막 저물어 가는 저녁..

대학교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이라 시골로 내려와서

모처럼만에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다가 어머니가 갑자기 말을 꺼내신다.

"세상아! 너 과외 한번 해볼래? 왜~ 너 고등학교때 공부 잘 했었자나"

"과외는 무슨 과외. 지금은 다 까 먹어서 몰라"

"그러지 말고, 엄마 친구네 딸이니까 방학때 만이라도 해라. 그럼 낼부터 하는 거다"

"엄마도 참.. 잘 모른다니까.. 알았어. 낼 한번 가보기는 할께"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 났는데 왠 여학생이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건넨다.

얼떨결에 "네.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엄마에게 물어보니 내가 과외할 학생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답지 않은 성숙함에 머리도 긴 생머리여서 꽤 귀엽고 이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흐미 저게 뭐야? 고등학생이 귀 뚫고, 찌져진 청바지에, 염색한 꼬라지 하고는"

"얘얘, 그래도 착하고 효녀라고 소문났어, 공부도 잘한다고 그러고"

"참나, 요즘 효녀는 다 죽었나 부지?, 그리고 저게 공부를 잘하면 난 천재야?"


그리고 다음날부터 그 왈가닥 소녀와의 과외가 시작됬다.

"선생님. 전 수학이랑 영어는 자신있는데.. 국어가 너무 약해요. 국어를 많이 배우고 싶어요"

"야. 다행이다 나도 수학은 못해. 국어랑 영어만 하자"

"동의어가 저쩌고, 사자성어는 이거랑 이게 어쩌고,

숙어는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대고~ 뭐라 뭐라~~~"


"휴~ 샘(선생님) 20분만 쉬었다 해요.. 커피 드실래요?"

"좋지~."

나에게 꽤 솜씨 있게 탄 커피를 가져다 주고 컴퓨터에 앉은

그 소녀는 놀랍게도 어둠의전설 아이콘을 클릭하고 있었다"


자신의 본명 두글자로 지어진 이쁜 여자 마법사였다.

레벨은 38정도? 아마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샘(선생님)! 저 아이템 한개만 팔고 금방 다시 수업 받을께요"

좋은 가격에 물건을 팔고 너무 이쁜 표정으로 다시 책상에 앉은 그 아이에게 물었다

"야. 너 어둠의 전설 하니? 잼 있어?"

"샘도 저거 알아요? 아 요즘 어둠하는 재미에 하루하루 살아요.

레벨도 벌써 38이예요 곧 있음 3써클이예욧. 샘도 저거 할 생각이면 제가 뭐 조금 키워 드리죠"


"하하. 그럼 샘이랑 조건하나 걸자"

"뭐요?"

"샘이 3써클 대면 매직루나 사줄테니까 수업시간 절 때 빠지거나 졸기 없기~!"

"샘 정말이죠? 진짜죠? 매직루나 진짜 주는거죠? 샘 아디는 뭐예요?. 직업은요?"

대답하기가 무섭게 질문을 해대는 그 아이에게 잠시 내 캐릭을 보여 주었다.

성직자 레벨 99였던 내 캐릭을 본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샘. 저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샘도 저한테 잘 해 주셔야 대요 네?"

"그래 그래 1등만 해라. 내가 니 소원 다 들어 준다."

국어 시험 100점에 원하는 아이템, 수학시험 100점에 칸의 은장갑,

영어시험 100점에 매직루나, 전교 1등에 칸풀세트에 헬옷을 걸고 우리의 계약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계약은 시작됐고, 계약 때문인지 그 아이의 성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말만 되면 둘이 떨어질 시간조차 없이 같이 지내게 되었고..

그 아이 역시 처음의 이미지완 다르게 매우 좋은 아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 아이가 4써클이 지나고 5써클에 입성하는날..

미리 준비해 놓은 칸풀세트에 헬옷을 선물해 주었다.

아마 내 생애 어떤 선물을 받고 저렇게 기뻐하는 얼굴을 평생 보지 못하리란

생각에 들 정도로 그 아이는 너무 기뻐해 주었다.


그렇게 몇일후 2학년 개강을 앞두고 과외를 종료 하던날..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샘(선생님)! 샘이 처음에 저랑 약속한거 기억나요?

제가 1등하면 무슨 소원이든지 다 들어 주신다고 했던 말.. 그말 지금도 유효한 거죠"


"물론~ 평생 유효할거야"


그리고 가방을 뒤적이더니 내 앞에 모의고사 전교 1등의 성적표를

내 밀며 그 아이가 부끄럽게 말했다.


"선생님.. 나중에 저 대학가면 저랑 사귀어 주세요. 이게 제 소원이예요.

그리구 제가 힘들때면 꼭 나타나서 호르라마 외워 주셔야 해요" 라고 말하며

볼에 살짝 뽀뽀를 해주던 그 아이..


그 후 오래도록 그 아이의 소식을 듣진 못했지만

치과의사가 되겠다던 그 아이의 꿈을 어디선가 열심히 펼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버린 어둠의 전설..

훗날.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너무 소중한 인연을 알게 해줄

어둠의전설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 세오 25년 그해 가을을 기억합니다.

[세상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