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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 Te ] 긍지
727 2003.10.11. 23:59

두려운 마음을 이끌고 앰블런스는 달리고 있었다.
Te君의 과거 속에 묻혀있던 유산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하얀 안개 속에 귀곡성이 메아리칠 듯한 분위기
ㅇ대대는 내게 있어 죽음의 대대로 다가왔었다.

HAV.
치사율 0.00% 의 수인성 전염병
잠복기 2-15일 이후로 황달, 오심 및 고열 수반.
별것도 아닐 듯한 이 질병에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져갔다.


손가락 한 개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가
국군수도병원에서 의무중대로 복귀한 이후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ㅇ대대 전 장병에 간염예방백신 접종을 지원하라는 명령이였다.


눈이 매울 정도의 염소가스
웃음이 사라져 지친 병사들
자신도 실려갈까 두려워하는 간부들
ㅇ대대의 예전 멤버인 ㅇ병장과 나
한 손에는 10cc 주사기박스 한 손에는 감마글로블린을 잡고
대대 의무병과 합세해서 임무를 수행했다.


연대 내에서 누구보다 바늘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나라도
한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IM(근육주사)은 그다지 쉬운게 아니었다.
게다가 주사용량이 많은 고로 한 주사로 엉덩이 양쪽을 5cc씩 나눠야 했기 때문에
왼쪽 엉덩이에 놓을 때는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이 좋다.
그래 이 일은 재밌다.
주사 맞는 사람들 안심시킨답시고 농담따먹기도 해보고
때로는 나오지 말아야 할 피가 터져 초긴장상태로 들어가기도 하고 (망할 왼손...)
한참 전쟁이 끝나고 짬을 내 고참/후임과 과자도 먹고.


그래, 누구에게나 다 껀수요 땡보직이라고 불리우는 의무병이다.
소총수들처럼 진지파서 수색매복도 하지 않고
공용화기병이나 포병처럼 방위각 맞추거나 좌표찍거나 포방렬 하지도 않고
통신병처럼 유선깔고 전봇대 올라가지도 않는
환자 오면 살짝 치료해주거나 후송보내는게 전부인
그런 의무병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 직책에 긍지를 느낀다.
내 손길 하나에 사람의 건강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므로...


그래, 현재 현역이란 미명하게 고생하는 군인 모두들... 부디 건강히 군복무하다 제대하길.

- 테웨뷔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