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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v] 바람이 차다
586 2003.10.29. 19:18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오후

베란다의 창가로 보이는, 산에 몸을 기댄 태양과

그 붉은 빛 멀리서 빛나는 별빛을 말 없이 바라보면

난데없는 향수에 젖어 몇 분이고,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된다.



그 하늘을 가르는 너의 담배연기.

그저 조용히 웃으며 도란도란 무언가를 얘기하는 너의 모습과

어머니께서 정성껏 기르는 베란다의 화초들과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붉은 일몰이

한낱 꿈이라면, 나 다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 그 옆에 기대어

창을 반쯤 열어놓고

불어오는 찬 바람에 서로를 달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낸지 벌써 몇 주.

날 배려하는 너의 모습이

미치도록 슬픈 이유는, 바람이 차갑기 때문일까.

네 품에 있어도, 네 목소리를 들어도

난 여전히 내 이상에만 젖어 널 보지 못한다.



모순일까.

사랑한다 말하면서 사랑하지 않는다.

입술은 허락하는 사랑, 마음은 밀쳐내는 그 아픔

그 마음 그대로 살아간다면 이미 살아도 사는게 아닌것처럼 될지도 몰라.

몇명이고 몇번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나간 휑한 마음에

누군가를 채워놓아도 눈은 다른 무언가를 바라본다.

내가 원하는건 이게 아니라고.. 난 정말 꿈이 있는데.



함께 있으면서, 따뜻한 체온으로 서로의 손을 위로하면서

가끔은 시선만으로도 추위를 잊길 원하여도

바람이 차다, 너무나도 차가운 바람이 내 마음을 깎아내리려 한다.

네가 잡아주었으면 하지만, 차라리 널 잃었으면 좋겠다는 미친 소망.

차라리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애처로운 광기를 머금은 소망.



바람이 차다.

내 몸이 차가워질 날이 온다 한들

내 꿈이 이루어지며, 해가 제 갈길을 가지 못할 날이 있으랴.

지나친 이상을 꿈꾸면서도 현재의 나에 만족하려 한다.

하늘을 가르는 담배연기가 소리없이 누울 즈음,

난 다시 찬바람이 내 심장을 네 앞에서 깎아버리는 망상에 젖는다.



정신분열증? Vi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