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다.
하얗게 메워진 나의 머릿속에서 무엇을 지울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얗게 비어버린 나의 마음속에 무엇을 채울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여자를 감싸는 하얀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애닲게 느껴졌다.
하늘을 하얗게 물들인 추억의 잔재가 흩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것은 여자의 뺨에 내려앉아 눈물이 되었다.
눈물은 나의 얼굴에 무수한 물줄기를 이룬 강과 뒤엉켜 슬픔이 되었다.
슬픔은 나의 턱끝에 매달려 아마도 매우 짧을 자신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추억이 끝없이 내리고 있었다.
여자의 뺨에서 태어난 슬픔이 추억을 앞질러 떨어졌다.
슬픔의 모체는 하늘에서 계속 태어나고
슬픔의 산물은 내 눈에서 계속 태어났다.
추억과 슬픔은 여자의 발 밑을 계속해서 덮어버리고 있었다.
차마 밟을 수 없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돌아갈 길도 잊어버린 채 슬픔의 모체를 더욱 끌어안고 싶어했다.
마치, 하늘의 무지함에 너무나도 감동한 듯이.
Vi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