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득 그녀가 물었다.
뜬금 없이 웬 결혼..?
별 의미는 없었다는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적으로 결혼이라는 두단어를 의식해버렸는지
그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바보같기는.
그래.. 이제는 결혼도 생각할만한 나이구나
"글쎄. 아무래도 서로 좋아하니까 다들 결혼하는거겠지?"
사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은 단순히 두사람들의 사랑의 결실이라기 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주로 경제력)와 자신의 기준에 어느정도 부합되는 사람들 중
그나마 가장 나은 사람을 고른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이었다.
"결혼하기전에 서로 죽고 못사는 사람들도 결국 이혼하고 하는걸 보면
과연 그게 사랑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글쎄.. 나는 사랑과 결혼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니까
"음 결혼은 일종의 계약 아닐까? 예전부터 그런거 있었잖아.
정략결혼이라는거.
태조 왕건만 해도 정실부인이 20명이 넘었다고 하고
솔로몬의 궁전에는 2000명이나 되는 후궁들이 득실득실 했대잖아."
"..."
"결국 어떤일을 계기로 그 계약이 깨지게 되는거라고 생각해.
서로의 이해의 불합치로 결혼이라는 법적인 동거를 끝낸다. 안그래?"
"글쎄.. 난 그런얘기를 하는게 아냐
나는 연애상이랑 결혼상이랑은 틀린거 같다는 얘기를 하려는거야."
아 그래 -_-; 또 쓸데없이 오바해버렸다.
"전부터 생각한건데. 너는 이상적인 남성상은 아니야.
하지만 무척이나 의지가 되고 편하다고 생각해.
같이 늙어간다면 그러니깐 결혼을 한다면 멋진 남편이 될거같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장난스레 웃음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뻣뻣하게 말했다
"글쎄 어느쪽일까?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틀리겠지
칭찬이라 생각하면 칭찬이구, 욕이라고 생각하면 욕이겠구."
"내 어디가 남자 답지 못하다는거야. 얘가 디게 사람볼 줄 모르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다시 보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왜 이런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기에
밑도 끝도없이 불안해져만 가고 있었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얘기한적은 없어. 그냥 뭔가 부족하다구
중후한 남성의 알 수 없는 매력이 부족한거 같아. 페로몬이라고 할까나."
페로몬.. 인가 무슨 나방이나 개미도 아니고
"내가 싫으면 싫다고 말해. 배배 꼬지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하지말고 말야. 대체 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말들이 목에서 겉돌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화가 무척이나 났다. '뭔가 부족' 하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쿡쿡 찌르는듯 했다
그 뒤로 몇마디의 대화가 오갔지만
이미 내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었다.
결국 그날 서로 서먹하게 헤어진 우리들은
오래지 않아 끝을 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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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지가 되고 편하다고,
결혼을 한다면 나와 하고 싶다고 쑥스럽게 고백한 그녀의 마음을
자격지심으로 인한 불신으로 보답했습니다.
이미 흘러보낸일인데 왜 생각나는 것일까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남자는 늦은 후회로 잠못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