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바람이 스쳐지나가면서 낸 듯한 미약한 방울소리
어느새 내 손은 낚시대로 향하고
잠은 이미 떠난지 오래다.
온몸의 육감을 총 동원해서 모든 신경을 손끝으로 모은다.
무언가 걸린듯 하다.
머릿속에서 분비된 아드레날린으로
심장의 박동은 점점 빨라지고..
극도로 흥분된 내 손은 자꾸만 떨려온다.
' 야 '
두뼘은 족히 될만한 새카만 꺽지다.
힘없이 올라오던 이놈이 갑자기 힘차게 요동을친다
그 바람에 놀란 나는 그만 다잡은 고기를 놓치고 만다
서투른 낚시꾼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꺽지는 물밑으로 이내 사라져버리고
무척이나 아쉽지만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순간의 짜릿함.
이내 다시 집중하여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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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의 계절이 왔다.
겨울낚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좋지만 너무 춥고 힘들기 때문에
역시 낚시라면 여름에 해야 제격이지!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강태공'이라도 되는것처럼 알고있지만
사실은 낚시를 가본것도 손에 꼽는 초짜이다.
낚시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몇번 '손맛'을 경험하면서 그 매력에 푹빠졌기 때문에
낚시. 낚시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낚시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낚시와는 전혀 안맞는 타입이다
성질이 불같고 참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기에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낚시는
시간많고 돈많은 바보들의 한심한 짓거리로 생각해왔던것도 사실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낚시에 빠지게 될줄이야.
수어시간을 기다렸을지라도 단 한번.
물고기가 걸린 신호가 오면 그 시간은 단숨에 보상받고,
몇가지 재료를 넣지도 않은 매운탕을 곁들여
소주라도 한잔하면 .. 크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 기분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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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릴적 이런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막 입학했을때 정도였을까?
아버지 친구분의 가족들과 함께 산으로 물놀이를 간적이 있었다.
아버지 친구분에는 내 또래의 이쁘장한 딸이 있었는데
나는 내심 그 애가 맘에 들었었고, 그쪽도 내가 딱히 싫지는 않는 눈치였다.
물놀이를 하면서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가 조그만 그물을 우리에게 갖다 주셨다.
우리 둘은 그 후로 물고기를 잡는데 열중했다.
반나절정도 지났을까?
손가락보다 조금 큰 모래무지들이 한 양동이 가득 잡혔고
물고기가 마냥 신기했던 우리들은 양동이에 손을 담가 물고기를 만져도 보고
웅덩이를 파서 인공연못에 물고기도 몇마리 넣으면서 놀고있었는데.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온 잠시 후
양동이로 간 우리들은 깜짝 놀랐다.
물고기들이 몽땅 죽어있는 것이었다.
배는 헤집어져있었고 머리는 이상하게 뒤틀려서 둥둥 떠있는 물고기들..
아버지가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물고기의 배를 따둔것이다.
그 애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소리내어 우는 그 애를 보고 나도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사내애가 여자애 앞에서 울수 있나? 꾹 참았다.
어른들은 난처한듯이 웃음을 지을 뿐이었고 나는 그 애를 달래는데 정신없었다.
'다음 번엔 물고기들은 놓아주자 응?'
몇번이고 서로 다짐을 하고나서야 그 애는 울음을 그쳤고
그날 밤 우리는 같은 텐트에서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잤다.
손만 잡고 잘게. -요즘 이런말하면 맞아 죽을라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