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자주 줏는다.
관찰력이랄까? 호기심이 많다고 할까
길을가다가 반짝이는 100원짜리부터 천원짜리 지폐까지(만원은 일평생 3번줏어봤다)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워서 부를 축적한바 있다
하지만 반면..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산만하다고 해야하나, 칠칠맞다고 해야하나
그 예로 지갑.
지갑은 안에 들어있는 현금도 현금 나름이지만
카드라던지, 신분증, 각종 증명서 같은 중요한 물건들이 들어 있게 마련이고
지갑 자체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물건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조심하기 마련인데..
어느순간에 지갑을 잃어버리기 일쑤고
화장실에서 두고 온적이 있지않나
어제는 피시방에서 자리를 옮길 떄 흘리고 오는 바람에
십여분 가량 땅바닥에 굴러다니던것을 어떤 분이 주워줘서
낭패를 면했다(양심시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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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였던 나의 생일에는
맑은날씨에 방심하고 우산을 두고 갔더니
비겁한.. 소나기가 내렸다.
덕분에 친구들이 내 생일을 위해서 마련해둔 자리에
흠씬 젖은 생쥐꼴을 하고서 가야만 했다.(감기 안걸린게 다행이지)
그 자리에서 한 친구놈이 뭔가 불쑥 내민다.
간단하게 포장되어 있던 그 물건은 바로 지갑이었다
물물교환도 남자들의 우정표시 아니겠는가
그동안 내가 써오던 지갑을 쓰라고 건네줬더니
친구는 쓴웃음을 지을뿐 한사코 받지 않으려는 것이다
마음써준건 고맙지만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는 그 표정
아무생각 없이 건낸 지갑이 왜 이 친구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었을까?
내 맘을 알아챘는지 친구는 말없이 자신의 지갑을 꺼냈다.
초록색이었다는것을 겨우 알아볼만한 흐릿한 색상
군데군데 뜯어진 인조가죽. 터진실밥.
지퍼마저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는듯 했다
"예라이 니 지갑이야말로 바꿔야겠네"
심상치않은 낡은 지갑과 그 친구의 표정에서
그 지갑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는 대강 알 수 있었지만
친구놈의 얼굴이 너무 안돼보여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얼굴이 너무 굳어있었나
"중학교때 엄마한테 받은거야"
아.. 그제서야 그 지갑의 내력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뒤이은 아버지의 재혼과 이사문제로
어머니에 관련된 거의 모든 물건을 정리한줄 알고 있었는데
그 어머니의 추억이 담겨있는 마지막 물건이라고 할만한 지갑이었던 것이다.
뭐라고 할만한 말이 없었다.
"얌마 오늘 생일인놈이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두워? 술이나 마시자구"
그래 술이나 마시자구.
그날 우리는 진탕 술을 마셨고
어슴푸레한 새벽 동이트기 시작하면서 헤어졌다.
작별인사 직전에 친구가 뭔가 불쑥 내민다.
그 허름한 낡은 지갑.
말없이 지갑을 손위에 얹었다.
너무나도 가벼운 지갑이 웬지 쓸쓸해보였다.
"우리 엄마가 내가 중학생이 됐다고,
이제부터는 돈의 중요성을 깨닫고 계획성있게 사용하라고 사주신거야"
친구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항상 이 지갑때문에 무언가 사려고할때 다시한번 생각했어.
이게 과연 나한테 꼭 필요한것인가. 혹시 더욱 필요한것은 없는가?
그래서 내가 선물한 지갑이 너에게 그런 의미가 되었으면해. 그럼 잘 써라"
그리고 말없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말없이 그놈의 손을 붙잡고 굳게 흔들었다.
갑자기 친구가 무척이나 재미있다는듯이 웃어제껴댔다
"야 안줄셈이야?"
" ? "
"니가 쓰던 지갑 나한테 달라구.
이제는 어머니의 지갑도 가슴속에 접어둬야지"
" 아 "
뭔가 바보같은짓을 한것같군
서둘러 체스트 포켓에 넣어둔 지갑을 꺼내어 친구에게 건냈다.
신호등에 불이 켜졌고, 우리는 이별의 순간에 잠시 말을 잃었다.
아니 말이 필요없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우리는 굳은 악수를 했고
각자의 건투를 기원하며 돌아섰다.
서로의 소중한 지갑을 손에 쥔채
미안하다 친구야 소중한것을 잃어버릴뻔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