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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pt] 버스안에서
1391 2004.07.09. 05:26








모처럼 친구와 약속을 잡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버스가 10분, 20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것이다.

음.. 러쉬아워도 아닌데 왜이리 안오는 걸까?


알고보니 내가 기다리던 버스는 7월달부터 번호가 변경되어있었다 -_-;

없는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니 올 턱이 있는가? 으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평소 15분 간격으로 있는 버스였건만

오늘따라 더럽게 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내가 담배에 불을 붙였을때

멀리서 버스가 오는것이 보였다


이런 제길..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둘러 담뱃불을 비벼 끄고 버스에 올라타려했는데

버스안은 사람들로 꽉차서 초만원이었다.


순간 갈등을 했다.

다음버스를 기다리느냐.. 아니면 비집고 들어가느냐..


하지만 다음 버스라고해서 만원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는데다가

언제올지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는것도 내키지 않아서

결국 사람들 사이에 몸을 부대끼며 힘겹게 버스를 올라탔다.


숨막히는 가운데 내 바로 앞의 사람이 손에 무언가를 한아름 들고 있는것을 발견했다.

꽃다발.

그것도 장미꽃다발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통에서 그 사람은 필사적으로 장미를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앳된용모에 꽤나 멋을 낸것으로 보아서

연인과의 100일 기념일 이라도 되는듯 싶었다.


훗. 솔로 앞에서 장미꽃을 들고 유세라도 하는겐가!!

만년솔로의 심술이 발동했다.(이봐 이래서 니가 애인이 없는거야 -_-;)

버스안이 요동치는 틈을 놓지지않고

나의 뱃살로 살며시 압박을 해줬다 -_-


투두둑.

몇개의 꽃잎사귀가 떨어지고 줄기가 꺽이는 소리가났다 nice shot~!!

아 이렇게 상쾌할데가 ~ 뒷모습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상이 되어있는 고놈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나는 즐거워서 죽을맛이었다 음훗

한 두어번을 그렇게 해주니 좀 너무했나 싶어서

더 이상 괴롭히는것은 그만 두기로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때 꽃다발이 100송이 치고는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그렇다

연인의 생일이라고하면 기껏해야 20송이 남짓.

기념일이라고하면 100일단위 1년단위일텐데

100송이라고 보기에는 좀 적은 꽃송이들


대략 수를 헤어보니 장미꽃은 50여송이..

어라 ? 애인에게 줄게 아니었나?



게다가 장미는 사랑의 상징인 빨간장미가 아닌..

하얗디 하얀 백장미.

문득 백장미의 꽃말이 생각났다



'존경'


-_-; 삽질했다.

스승님이나 어머니의 생신에 가져갈 꽃이리라..

어메 미안한거.. 괜한 심술로 인하여 애꿏은사람을 골탕먹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걸 뭐 어때 -_-;


어느새 버스에서는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가고

드디어 내 앞에도 빈자리가 생겨났다.


"전 곧 내리니 앉으세요"

그 꽃다발 청년에게 어색한 미소를 띠면서 말을 건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무지 황송해하는 청년

당신..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었구나 라는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버스에서 황급히 내렸다.




아냐 -_- 당신이 100만배는 더 좋은사람이야

미안해 꽃 뭉개놔서.. 누구 생신인지는 몰라도 잘 보냈기를 바래



건들면 터지는 나의 심술보

누가 붙잡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