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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 Te ] 어둠의전설 #2
1281 2004.10.07. 02:05

반년이 지나서 우리는 꽤 서열이 되는 지존이 되었는데, 그 때도 나의 어둠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었

다. 그 때, 겜방알바 카리나스가 그림록퀸을 소환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나는 이 말을 들은 때만큼 흥분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아는 직자분들 중에서는 아직 그림록퀸을 소환해본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카스

마늄광산 헬층에서 그림록퀸을 보았을 뿐이다. 몬스터 아이디를 만들어 야배서 직자로 죽이고 소모니아

를 사용하면 그 몬스터가 소환됨을 알면서도. 나는 그림록퀸을 어느 것보다도 가지고 싶어하였다. 몇 번

이고 나는 팬페이지 그림록퀸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한 친구는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카스마늄광산 헬층에 서성이는 그림록퀸은, 자기에게 사람이나 다

른 몬스터들이 덤벼들려고 하면 거무스름한 더브릴을 꺼내고 아름다운 그림록퀸홀을 드러내 보일 뿐인

데, 그 빛나는 커다란 퀸홀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므로, 사람들은 겁을 먹고 함부로 덤비

지 못한다고...


카리나스가 그림록퀸을 소환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 나의 흥분은 절정에 이르러, 그것을 꼭 한 번 보

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방과 후 틈을 얻어 집에 가는 길에 겜방으로 갔다. 이 겜방의 아르바이트

생인 카리나스는 알바전용 컴퓨터를 하나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게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알바석으로 가는 도중에 나는 아무와도 만나지 않았다. 구섞의 알바석을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카리

나스가 있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무심코 모니터를 켜 보니, 윈도우가 그대로 켜져 있었다.


어쨌든 그림록퀸을 한 번 보리라는 생각에 나는 어둠을 켰다. 그리고, 카리나스가 제 캐릭터 정보와 비

번을 관리하는 두 개의 폴더를 열어봤다. 어느 폴더에도 그림록퀸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계

산대에 올려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과연 생각한 바 그대로였다. 그림록퀸 비번이

카리나스 다이어리 속 메모장에 적혀 있었다. 나는 어둠을 켜고, 초록색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2서클

직자옷을 입고 단아하게 서있는 그지없이 귀여운 자태와 2차비번을 적으라는 넥슨도우미의 강요창을

보았다. 레벨도 3개정도 올리고 능력치는 6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림록퀸을 소환할 수는 없었

다. 다른 직자분에게 부탁해야했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나는 무심코 인트를 찍으면서, 아는 직자분에게 귓말을 드려 배틀장에서 소환토

록 했다. 그러자 그 직자분의 소모니아에 광산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게, 훨씬 더 찬란하게 나의 눈앞에

그림록퀸이 드러났다. 이것을 본 나는, 이 보배를 내 손에 넣고 싶은, 견딜 수 없는 욕망으로 난생 처음

캐릭 해킹을 했다. 2차비번을 나만 알게 적고, 비번을 바꿔놓았다. 나는 비로소 오직 내 것만이 된 그림

록퀸을 바라보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때 어떤 커다란 만족감 이외에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림록퀸을 움직이며 마을을 걷고 있었다. 이때다. 저쪽 현관에서 알바자리로 오는 발자국 소리가 났

다. 이 순간, 나의 양심의 눈은 떠졌다. 나는 별안간, 내가 도둑질을 했다는 것과 비겁한 놈이란 것을 꺠

달았다. 그와 동시에, 들키면 어쩌나 하는 무서운 불안에 사로잡혀, 나는 본능적으로, 어둠을 그대로 꺼

버리고 다음홈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알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속으로, 안될 일을 했

다는 부끄러운 생각에 가슴이 써늘해졌다. 나는 알바자리를 스쳐 지나가는 손님과 어물어물 엇가려서,

가슴을 두근거리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침착을 잃고 벌벌 떨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이 캐릭을 가져서는 안 된다. 될 수만 있으면 그전대로 돌려 놓아야겠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괴

로웠다. 그리고, 혹시 사람의 눈에 뜨이지나 않을까, 이 점을 극도로 무서워하면서도 능청스레 주위를

서성이다, 1분 후에는 다시 알바 컴퓨터 앞에 자신이 앉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둠을 키고 그

림록퀸을 접속시켰다. 나는 캐릭을 보기 전에 벌써 어떤 불행한 일이 생겼다는 것쯤은 미리 짐작했었

다. 그저 울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캐릭은 2차비번이 설정되어버려서 다시 고칠 수가 없

었다. 무심코 찍어버린 인트 6포인트 역시 고칠 수조차 없게 되었다. 도둑질을 했다는 생각보다도, 그

아름답고 귀여운 캐릭터를 자기 손으로 허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더 괴로운 일이었다.

2차비번이 내 생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또 2서클초반에 지력이 6이나 올라간 성직자

캐릭터를 보았다. 그것을 완전히 예전대로 고쳐 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 대신 내가 가진 어떠한 아이

템이든지 즐거움이든지를 기꺼이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