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지없이 슬픈 생각으로 나는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마을서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내 나는 용기를 내어, 모든 일을 길드마스터에게 말하고 말았다. 길마는 놀라움과 슬픔에 잠겨 어쩔줄
을 몰랐다. 그리고, 이 나의 고백이, 그대로 축출당하는 일보다 나자신으로서는 몇 배나 더 괴로운 사실
이라는 것도 넉넉히 짐작이 가는 눈치였다.
"너는 지금 곧 카리나스에게 가야 한다."
길마는 한 말로 잘라 말했다.
"카리나스를 찾아가서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라. 그 밖에는 아무런 길이 없다. 네가 가진 섭캐릭
이나 아이템 중에서 하나를 대신으로 받아 달라고 말해 보렴. 그리고 용서를 빌어야지."
만일에 모범 소년인 카리나스가 아니고 다른 친구였다면, 나는 용서를 비는 것쯤 서슴지 않았으리라.
그가 나의 고백을 이해해 준다거나 나의 사과를 믿어 주지 않을 것을 나는 미리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럭
저럭 밤이 되었으나 나는 그 때까지도 그를 찾아갈 용기를 얻지 못한 채 주저하고만 있었다. 길마는 내
가 마을섭에 우두커니 있는 것을 보고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오늘 중으로 갔다 와야 해. 지금 곧 가요."
나는 카리나스를 찾아갔다. 그는 나를 만나자 곧 그림록퀸에 관한 말을 꺼냈다. 누가 그랬는지 마을서
버에서 직자분들이 개나소나 그림록퀸을 델구다니는데다가 누군가 캐릭을 해킹해서 2차를 먼저 만들어
버렸다고 하면서, 해킹범의 소행인지 혹은 원한관계인지 알 수 없는 일이라 하였다. 나는 그 그림록퀸
을 좀 보여 달라고 청했다. 두 사람은 알바 자리로 갔다. 그는 어둠을 켰다. 허접스러운 그림록퀸이 눈
에 들어왔다. 카리나스가 그 허접한 캐릭으로 마나틱을 조절한다고 새로 튜닝한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그는 칸풀을 해체하고 이아아이템들을 정성껏 주워 모아서 장비시켜놓았다. 그러나, 이아풀을 찬다 한
들 바로잡힐 가망은 없었다. 마법방어 0이다. 나는 그제서야 그것이 나의 소행인 것을 밝혔다. 그랬더
니, 카리나스는 격분한다거나 나를 큰 소리로 꾸짖는 법이 없이, 혀를 차며 한동안 나를 지켜 보다가, 나
직한 소리로,
"알았어. 말하자면 너는 그런 자식이란 말이지."
하였다.
나는 그에게 내가 모은 고가의 지팡이와 무기들을 모두 주겠다고 하였다. 그래도 그는 듣지 않고 냉담
하게 도사리고 앉아, 여전히 나를 비웃는 눈으로 지켜 보고만 있으므로, 이번에는 내가 수집한 아이템
의 전부를 주겠다고 하였다.
"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좋아. 나는 네가 모은 것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어. 게다가 오늘은 네
가 캐릭터를 다루는 성의가 어떻다는 것을 알 만큼은 알았어."
그 순간, 나는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고 늘어지고 싶었다. 인제는 아무런 도리가 없음을 알았다. 나는 아
주 나쁜 놈으로 결정이 나고, 카리나스는 천하에 정직한 사람이 되어, 냉연히 정의를 방패로 하고 모멸
적인 태도로 내 앞에 버티는 것이다. 그는 욕설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다만, 나를 바라보면 경멸할 따름
이었다.
그 때 나는 비로소, 한 번 저지른 일은 벌써 어떻게도 바로잡을 도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를 물러섰다. 길마는 경과를 물어 보려고도 하지 않고, 나에게 한 마디 위로만을 하고 내 버려 두는
것이 고마웠다. 길드마스터는 나더러 그만 어둠하고 집에서 푹 쉬라고 하였다. 여느 날보다는 시간이 늦
어진 편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전에 조용히 어둠에 접속해서, 갖고있던 모든 캐릭터의 아이템
을 은행 것까지 전부 찾았다. 그리고,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낸 채로 광산 1층에 홀로 가서 드라코
랑 맞장뜨다 후득해버렸다.
- 끝 -
- 원작 : 헤르만 헤세 '나비' -
p.s. 약간의 과장과 패러디가 섞였지만, 실화입니다 =) 이 글은 1999년 가을의 사건을 토대로 합니다.
- 간만에 패러디성 개그같지 않은 개그를 지껄인 시인되고 헛소리만 늘어난 테웨뷔르 폰 미스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