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인형처럼 살아가고 싶어."
청년은 이지를 상실한 인형이 되었다.
청년은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 걸음을 내딛는다.
생각하지 못하게 된 청년은 바람에 휘날리며 갖가지 장애물에 부딪힌다.
청년의 몸은 심한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청년은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새 청년은 절벽 끝에 서게 된다.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면 청년의 몸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리라.
이성의 제어를 받고 있었다면 청년은 당장에 걸음을 돌렸으리라.
하지만 이지를 상실한 청년은 그대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추락.
급속의 하강을 느끼며 청년은 문득 정신을 차린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청년의 몸은 낙하를 시작했고 앞으로 몇 초 뒤에는 납작한 쥐포가 되리라.
그때 청년은 우연히 자신의 등에 달려 있는 낙하산을 발견한다.
청년은 낙하산을 펴려고 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인 청년의 몸은 낙하산을 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직은 죽을 수 없어. 내겐 아직도 날 걱정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남아 있어."
청년의 삶에 대한 애착에 따르는 의지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한계상황에 몰린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의 발현이었을까.
청년은 결국 낙하산을 폈고 무사히 땅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 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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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무언가를 상실한 삶을 살아간다.
방황하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다.
더군다나,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상처받은 사실조차 모른 체 우리는 절망이라는 절벽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는 절벽 아래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낙하산을 펼 힘도 남아있지 않은 청년처럼,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낙하도중 우리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리게 된다.
윗글의 청년처럼 삶에 대한 애착으로 없던 힘을 끌어내어 무사히 착지하느냐.
아니면 좌절한 체로 볼썽 사납게 그대로 엎어져 납작하게 쥐포가 되어버리느냐는
우리들의 태도에 달렸으리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런 일쯤은 식은 죽 먹기야. 다만... 마음먹기가 어려울 뿐이지. "
모든 일은 마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되든 안되든 모든 일에 한 가닥 희망을 쥐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마음이란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DISCOR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