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은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순간을 틈타 조금씩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인식했을때쯤엔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말이다.
놈은 소리 소문 없이 아주 조용히 다가온다.
놈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한들 녀석은 어찌나 빠르게 다가오는지.
앗차하고 방심하는 순간 놈은 이미 내 바로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놈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나를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다리가 굳어버린다.
몸은 무언가에 깔린듯 무겁다.
놈이 다가온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여긴 대체 어디지...? "
"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
"난 이대로 죽는걸까...? "
놈이 입을 벌린다.
놈의 입에선 붉은색 혀가 꿈틀거리며 나를 삼키려는듯 다가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악 . "
죽음에 다다른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의 생존본능이었을까.
난 놈의 배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키에에에에에에엑 . "
놈은 상당히 듣기 싫은 괴성을 지른다.
놈은 나를 뭉개버리겠다는듯 무지막지하게 큰 발을 쿵쿵거리며 다가온다.
정신없이 놈을 피해 도망가던 나에게 문득 빛이 보인다.
"출구인가? " 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그쪽으로 뛰어간다.
빛을 통과한뒤 잠에서 깬 나는 방금까지의 일들이 현실이 아니라 꿈이란 것을 깨달았다.
빛을 통과하면서 얼핏 보았다.
"마음" 이라는 표지판을...
그리고 옆에는 작은 표지판으로 "공포" 라고 적혀 있었다.
공포란 녀석은 언제나 우리를 잡아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현실이 아닌 꿈에서까지.
놈을 피해다니는 지금의 현실이,
놈을 때려잡는 그날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