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찮게 마을에 나서면서부터였다. 기분전환이나 할 겸 겸사겸사해서 수오미를 걷기 시작한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라고 해야할까.. 이곳 수오미는 사냥터가 없는 곳이다. 전설로 따지자면.. 오랜 옛날 뮤레칸이 부 활하여 세상을 지배할 때에도 - 조금의 시간이지만 - 이 대륙만큼은 범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오미는 용사들이나 신들의 축복을 받은 땅도 아니다. 그만큼.. 사람이 없고 적적한 땅이였기 때문이랄까.. 이곳은 그래서인지 소위 말 하는 전투능력이 뛰어난 용사들의 발길은 적은 곳이다. 조그만 마법학교와 기술 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마을 주변에 둘러보면 그저 여행하러 온 평민들이 조금 보인다. 그나마 내가 사람이였을 때 밀레스에서 본 위장평민 - 레벨이 높은 분들이 일부러 낮은 척 하며 시선을 피하는 - 도 없고 하니 그들도 도와달랄 때가 없어 마을을 황급 히 떠나곤 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사람들의 소요에도 불구하고 저만치 정원 의자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 이 전혀 평민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셔츠를 입은 그는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민은 맞긴 했다. 웬지 신비스러워보여서인지 나는 그에게 살짝 다가갔다. "여어.. 뭐하는거야?" 그애는 깜짝 놀라더니 날 쳐다봤다. 그러곤 조금 뒤 다시 책을 읽으면서 나즈막하 게 이야기했다. "책읽고있었어요" 뜨바 누가 모르냐 -_-; 어쨌든 이미지 버리지 않게 최대한 억지웃음 보이면서 접근해보았다. 흐흐. 평민은 돈에 약하다지.. 돈을 조금 준다고 하면 큰 관심을 보일 건 뻔하겠지. 그러고보니 나도 이 세계에 갓 소환되었을 때 돈달라고 아우성 치던 무리 사이에서 체면지키느라 가만히 있다가 돈뿌리는걸 자주 줍곤 하던 생 각이 나버렸다.. 부끄러버라.. 에헤헤.. "왜그렇게 조용히 앉아만 있니? 누나가 돈줄께 맛난거 사먹지그래?" "정말요? 그럼 100만원만.." ㅎㅁㅍ... 헉 "에헤헤. 장난. 저도 돈은 있어요." "이..이봐 -_-; 지금 날 갖고노는 거니." "예? 아니 먼저 오신건 그쪽인데 -_-;;" "아.. 그런가.." 잠시 정적. "뭐 읽고 있는거야?" "천사 이야기예요." 나의 물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그 애는 큰 소리로 즉각 대답해주었다. "천사?" "네. 이 땅 수오미의 전설이지요." "흐음.. 뭔지 들어보면 안될까?" 그 소년은 절반 가량 읽고 있던 책을 살짝 덮더니 배시시 웃었다. "친절하시네요. 저한테 아무도 말을 걸어준 사람이 없는데.." "아니.. 나야말로 네가 평민치고는 너무 특이해보여서.." "이 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예요.. 꿰어차고 외울 정도는 아니지만.. 늘 곁에 달고 다니며 항상 외로울때마다 자가만족으로 읽곤 한답니다." "뭔 내용이길래 그러는데?" "한 평민과 몬스터의 이야기예요." 그순간 웬지 어딘가가 굉장히 뜨끔해졌다. - Tew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