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자세를 낮춘 채 언제라도 검을 쓸 수 있도록 검을 고쳐 잡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죽였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썰렁했다.
....뭐 이 정도면 훌륭한 대답이군.
힐끗 침실 쪽을 보니 피로 점칠 된 맥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비쳤다.
가슴이 뜨겁지 않았다. 그러나 불타고 있었다.
내 가슴엔 차가운 불길이, 분노와 증오라는 불길이 차갑게 타오르고 있다.
가슴 속에서 요동친다. 현실... 현실... 현실을 믿고 싶지 않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단지 한 순간의 꿈일 뿐이라고,
자고 일어나 보면 편안한 침대 속의 꿈이었을 뿐이노라고.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그것은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안다. 현실을 인정한다는 건 어렵다.
그리고 괴롭다.
믿을 수 없다.
스팟!
다시 허공을 가르는 섬광!
나는 찔러 들어오는 그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내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는 다시 허공으로 숨어 들어갔다. 나는 몸을 또 날렸다.
팟! 팟! 파파팟!
연 이어 튀어나오는 푸른 섬광! 그것을 몸을 틀어 간신히 피했다.
현실에 대한 부정, 부정, 부정. 현실을 직시하기 어렵다. 현실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부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나에게 지는 것 아닌가?
내 이성이 찢어져간다.
타오르는 차가운 분노는 순식간에 팟하고 증발하여 뜨거운 분노가 된다.
가슴 속이 뜨겁게 차오른다. 이성은 무너지고 감정이 내 몸을 지배한다.
거세게, 거세게 타오른다!
“으아아아아아!!!”
순간 내 ‘감각’이 확장되었다. 주변 사물의 모든 것들이 시간이 늘어난 듯 모두 느리게 움직인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 뚜렷하게 내 사고에 각인 된다. 허공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진다.
메마른 살기...
나는 고함을 지르며 쳐든 손을 내 휘둘렀다. 순간 내 손은 그 느린 시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검은 허공을 수백 번 갈랐다.
검의 푸른 섬광이 허공을 수놓아, 내 눈 앞엔 마치 투명한 푸른 색 막이 생겨난 듯했다.
이것은 완전 방어-
물리적인 그 어떠한 것도 이 검막을 뚫을 순 없다!
째째쟁!!!
날카로운 소리. 그가 찌른 검이 그 짧은 순간에 수 십 번 내 검과 부딫치고,
그 힘을 견디지 못한 그의 손은 단검을 놓쳤다. 단검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튕겨나갔다.
복면 사이로 나타난 그의 무감각한 눈에 처음으로 이채가 비쳤다.
그걸로 끝이다!
내 가족은 죽었다. 이것은 현실이다.
나는 인정했다.
순간, 내 속에 타오르던 뜨거운 분노가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온 몸의 뜨거운 기운을 쏟아낸다.
괴로움에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내 이성이 타들어간다.
이성이 없는 곳에 남은 것은 감정뿐.
감정만 남은 인간은 한 마리의 미친 동물일 뿐.
어느새 쳐 올려진 양손에 들린 검 끝에 붉은 기운이 머금어 진다.
지금, 나는 그 검을 내려친다.
“으아아아아아-!!!!”
미친 동물의 슬픈 울부짖음처럼 가슴 속에서 쥐어짜는 기합과 함께 휘둘러지는
검끝에서 토해져 나오는 내 붉은 생명력!
그것은 이성을 잃은 미친 영혼(Mad Soul,매드 소울)의 슬프고도 과격한 몸부림이었다!
태산도 쪼개 나갈 기색으로 내 검이 내려쳐진다. 그리고 그 아래에 놓인 검은 자객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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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방어와 매드 소울에 대해...
전사로 완전 방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검의 달인이 되어 물리적 공격을 막는다'따위로
지크프리드가 설명을 해줍니다. 그래서.... 한번 구상해 본거구요...
매드 소울은 그 기술명 그대로 한번 해석해 보았습니다.
- 애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