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나타난 백색의 검신이 내 칼을 허망하게 쳐냈다.
내 전신의 기력이 담긴 검이 튕겨나가는 것을 나는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바보 같은 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어디까지 가는거야?!”
...소년 이었다.
눈을 가릴 정도로 긴 은빛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매끄러운 턱선,
오똑한 코와 붉은 입술은 여인의 그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의 목에 아담즈 애플은
그가 남자임을 여실히 증명해주듯 톡 튀어나와있었다.
그는 양 손에 각각 단검과 장검을 한 자루씩 쥐고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너, 무엇을 잃은 거지?”
그는 복면 남을 노려보며 말했다.
“......”
“웃기군. 넌 바보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네놈은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조차 없는 건가?
네놈이 그렇게 운운하던 정의는 어디로 가버린 건가?!”
“......”
복면 남은 멀뚱히 그를 보았다.
소년의 아름다운 얼굴이 구겨졌다.
“깨어나라! 이제 깨어나!!”
소년이 고함쳤다.
그 순간, 복면남은 번개를 맞은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졌다.
뭐...뭐지?!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분명히 앞 머리칼에 가려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강렬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네놈도 웃기는 구나. 그만 즐겨라. 네놈이 무엇에 화나있건, 네놈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던,
아무래도 상관없어. 넌 그런 짓을 하자고 태어난 게 아닐 텐데? 생각해봐. 과연 네 이름이 과연
정말로 아.오.테.스. 인가? A,O,T,E,S?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군. 깨어나! 깨어나라고!!
뒤집어져 있잖아!! 이제 일어나!!!”
그가 나를 노려다 보았다.
그 순간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홍수처럼, 매순간 매순간 지금까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억한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기억이 꾸역꾸역 물밀듯이 몰려왔다.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 Chapter 1 End -
읽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나름 회심작으로 쓴 2부의 반이었지만...재미 없었나보군요..
딱딱했던 챕터1을 끝내고 챕터 2는 1부, 백발의사제처럼 다시
부들부들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
- 애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