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반보 내딛었던 발걸음을 다시 가지런히 모으며
예의 기수식을 취했다.
“후우.”
청년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이대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언제나처럼. 폭포수의 크고 단조로운 소리가
만들어낸 정적에 휩싸여서. 생각한다는 것조차,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생각해내지 않는 명상을...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와 박수 소리에 여지없이 깨어져버렸다.
짝! 짝! 짝! 짝! . . . .
“휘유~ 브라보, 브라보! 대단해.”
청년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나빠졌다. 뭐랄까, 한창 즐거운 파티에서
찬 물 벼락을 맞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그는 그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눈을 떠서 자신에게 칭찬을 건낸 방해자를 보았다.
그는 붉은 옷을 입은 은발의 앳된 소년이었다.
그는 앞이 보일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앞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때 마침 불어운 바람에 그 머리칼을 찰랑거리고 있었다. 앞 머리칼에 가려지지 않은
깨끗한 피부와 매끄러운 턱 선,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은 마치 아름다운 미녀를 보는 듯했다.
어느 정도 중성적인 미를 발산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가 남자임을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목에 톡 튀어나온 아담즈 애플 뿐 이었다.
“이곳에는 무슨 일 입니까. 죄송하지만, 별 일이 없으시다면 조용히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수련에 방해가 되니까요.”
정중한 말투로 어조로 빙빙 돌려 말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방해돼, 사라져’정도 쯤의 말을 청년은 다시 눈을 감고 집중하려했다.
그러나 소년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신경을 긁었다.
“방해? 내가 있음으로 인해 네가 원하는 곳에 가깝게 다가갈지언정 멀어지는 건 없을텐데?”
“......”
청년은 눈을 감았다.
“네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가 궁금하지도 않아? 나와 함께 겨루어 보지 않겠나?”
청년에게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다. 몇몇 자신의 힘을 믿는 자들이 그를 찾아와
그 호승심으로 싸움을 걸어온 이런 상황이. 그는 이제는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용서치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청년에게 싸움을 걸어온 자들은 스스로는 강하다고 자부할지 몰라도
그가 보면 너무나도 약해보였다. 방금 전의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서는 무인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기도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용서하지 마.”
스릉....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청년은 소년에 등 뒤에 매어져있던 검을 생각했다.
대단치 않은, 겉멋만 들인 검이었다.
아마 그의 실력처럼 겉만 번지르르하리라...
그러나 순간 본능이 그의 비상을 강력히 알렸다.
그는 짧은 순간 갈등했다. 본능이냐 이성이냐.
지금까지 함께 행동했던 본능은 대부분 옳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상체를 뒤로 재끼며 눈을 떴다.
‘섬광?!’
한줄기 빛이 그의 눈 위를 아슬아슬 스쳐지나갔다.
청년은 손을 뒤로 뻗어 땅을 짚은 뒤에 하체의 풀고 다리를 머리까지 제낀
다음에 그 다리를 튕겨 반동으로 일어났다.
“!”
소년은 아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단지 아까 눈을 감기 전의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등에 있는 칼자루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뿐일까.
소년은 아까와 같은 여유로운 미소를 얼굴가득 지으며 말했다.
“이젠 해보지 않을래?”
“......”
청년이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시야를 갈색 머리칼이 가렸다.
“!!”
그리고 청년의 시야로 보이는 건 그가 머리를 묶을 때 쓰던 푸른 띠였다.
청년은 망연히 바람에 날려가는 푸른 띠를 보더니 정신을 차리고는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의외로 강한 상대였다. 그는 바싹 긴장을 하고서는
양 발을 모으고 왼손에 자신의 주먹을 맞대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서야 할 마음이 들었나보군?”
소년의 얼굴에 피었던 환한 미소가 더욱 화사해졌다.
그의 얼굴은 ‘그’라고 보다는 ‘그녀’가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럼 잘 보라고. 네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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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2부 ^-^;
아오테스는? 그림자는? 이 소년은? 이 청년은?
이들이 과연 누구일까요?
제 스스로 그 베일을 벗기는 그 순간까지...
혹은 누군가 그 퍼즐을 풀때까지 정답은 어둠 속에....
- 애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