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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사피] 엄마품에 잠들다 (재)
242 2009.02.01. 19:41

“아가씨, 이건 얼마야?”

“아, 어서오세요! 뭘 찾으세요?”

조개를 까다가 잠시 졸았나보다.

나는 몇 달간 내 몸에 베인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감사합니다. 손님. 다음에 또 오세요!”

손님이 가고 나서야 다시 조개까는 작업을 계속 하지만은, 한숨이 나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시장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싫지만은, 병원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니

없는 힘을 만들어야 할 만큼 가정형편은 어려운 편이었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엄마와 아빠는 빙판길 사고로, 아빠는 저세상으로 가셨고,

엄마는 심각한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병원비는 턱없이 모자랐고, 내가 성인이 되고나서야 이 생선가게를 마련 할 수 있었다.

좁은 5평정도의 자리를 겨우 마련해도 아직은 빚더미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으니.

오늘은 2주에 한번 엄마를 보는 날이라, 이까지만 할 요량으로 뒷정리를 서둘렀다.

월세로 사는 단칸방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가져다줄 생각에 귤 이천원치 샀다.

손이 얼어버릴 정도의 물로 비린내가 진동하는 몸을 씻는다 해도, 비린내는 안가시지만

그래도 몇 번의 비누칠을 해본다.

약간은 낡았지만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삐-빅!

버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온기가 얼어버린 얼굴이나 손을 녹여준다.

몇 번의 정류장을 지난 뒤 앉아서 창밖을 보다가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거렸다.

-다음 정차할 역은 부남병원입니다.

졸던 나는 누군가의 벨을 누르는 소리에 깨서 황급히 차창 밖의 주변을 살펴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버스에서 내쫓기듯 내린 뒤, 피곤이 담긴 무거운 걸음으로 천천히 병원으로 걸어갔다.

“엄마! 왜 나와있어-”

저기 멀리서 보이는 휠체어에 탄 엄마의 모습을 본 뒤 나는 뛰어갔다.

“아이고, 왔나. 나는 안이 갑갑해서 나왔지. 뭘 그래 사오노.”

얇은 환자복에 외투만 걸쳐서 조금 오랫동안 기다리신듯 귀와 볼이 빨개져 있었다.

집에 올적에 사온 귤이 담긴 검은봉투를 엄마 무릎위로 내려놓았다.

“엄마, 춥다 들어가자. 휠체어는 내가 밀어줄게.”

건물 안 바깥풍경이 보이는 벤치로 밀고 갔다. 벤치 옆으로 휠체어를

세우고 나서 나는 벤치에 앉았다.

엄마는 그 사이에 귤을 까서 자신은 드시지 않고, 딸부터 먼저 챙긴다.

“수정아, 이거무라.”

“아, 맛있다. 엄마도 먹어봐.”

내가 먹는 걸 보고 나서야 엄마에게도 한조각 드신다.

“엄마, 별 일 없었지?”

“호호, 같은 병실에 순덕댁에 아들이 왔었는데……”

그간 재밌는 일을 내게 들려주는데, 앉을 때부터 피곤이 몰려왔던

나는, 엄마 어깨에 살짝 기대서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 그래서 병원에서 그런 난리이 없었다이가.”

“……”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래 곤히 자노.”

엄마의 눈에는 딸이 한없이 가여웠다. 자신을 위해서 온갖 고생을 딸에게 다 넘겨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표현을 하면 딸이 더 마음아파 할까봐 표현도 못하고 지낸다.

엄마는 자고 있는 딸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누군가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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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인터넷 기웃거리다, 한 사진을 보고 feel 받아서 써본 글입니다.

사진에는 휠체어에 타신 한 할머님과 그 딸으로 보이는 분이 벤치에서

할머님 무릎에 얼굴을 뭍고 자는(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진과는 무관하게 글은 제 머릿속에서 나온 글입니다. 글 쓰는게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