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상 대학 1학기를 마치고 군입대를 지원했다.
군 생활이란것이 다람쥐 채바퀴 돌듯 흐르는 시간들이라,
이런저런 고민없이 그 생활에만 전념했던 때다.
어느날 소대장으로 부터 급한 호출을 받고 가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했다.
부친상으로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몇년 동안 연락 한통 없다가 느닷없이 주검이 되어 연락이 닿게 된 아버지의 존재.
어떻게 돌아 가셨는지 궁금한것 보다는 어떻게 지내다가 돌아 가셨는가가 궁금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은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미움은,
세월의 무게 앞에 많이 무뎌 졌다고 생각 들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에 지울수없는 생채기가 되어 있는,
' 아버지 ' 란 단어는 쉽사리 떠올리기 싫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내 방 책상위로 어머니의 메모가 눈에 띈다.
' 상욱아 OO공원 납골묘지에 먼저 가 있을께 .
급히 연락 받은터라 경황이 없었구나.
옷장에 입고갈 옷 준비해 뒀다. '
출상을 하지도 못할 상황이 되버렸고, 이미 재로 변한 육신이라 납골당에 모실 요량인듯 하다.
몇벌 되지 않는 옷장안에 장례에 입고 갈만한 옷은 단 한벌 뿐이었다.
예전 아버지가 대학입학때 보내준 그 양복 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지는 선견지명이 있으셨을까?
자신의 장례에 입히게 될지도 모를 검정색 정장을 자식에게 사주셨던 것이다.
옷을 꺼내들다 뭔가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몇 번을 지우고 새로 쓴 고뇌의 흔적이 역력한 아버지의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