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얜 책을 너무 봐서 제가 뺏을 정도였어요.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모르는게 없어요."
"얘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
"큰 애가 손재주가 좀 있어요.그림도 잘 그리고..피아노도 곧잘 치는거 보면요."
"동생들은 자기들 몫 다 챙기는 여우같은데 쟨 순진한건지 있는 것도 모두 동생들 줘버려요."
"우리 큰 애야 착하죠.집안 살림도 잘 하고..얘가 없었으면 제 사업 못 했을거에요."
"대학 휴학하곤 여태 안 갔어요.뭐 요새 졸업장이 밥 먹여주나요.본인 스스로 할 탓이지.."
"연제(필명입니다.)요?! 결혼할 사람은 있는데 요즘 늦게 결혼하는 추세니깐
알아서들 하라고 냅두는거죠."
"얘가 빵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파는 것보다 낫다니까요."
이상은 유치원을 들어가면서부터 30살이 가까운 지금까지의 우리 부모님의 거짓말이였습니다.
늘 그렇듯 뻔히 보이는 부모님들의 당신 눈에도 안 차는 자식을 남들이 혹여라도 업신 여길까
하시는 거짓말은 날 참 작게 만들었습니다.
자존심때문일까.자격지심때문일까..왜 콩알 반쪽짜리 점수의 딸래미를 뻥튀기하는걸까.
내가 못난건 나도 잘 아는데..내가 창피한거구나.울컥하기도 했었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제가 봐도 예쁘고 똑똑한 동생들과 비교가 되었을 땐
"엄만..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프다 하지만.덜 아픈 손가락은 있을거야."라며
치기어린 원망도 했었고요.
다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르는 시기가 지나고,쏜 화살보다 더 빠르게 느껴졌던
방탕하면서도 흐리멍텅한 20대 초중반을 지나 부모님과 같이 늙어간다라고 느끼는
요즘에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의 부모님들은 당신들이 하신 거짓말때문에 사신다는걸요.
못난 자식이 당신의 거짓말처럼 살아주기를..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디가서 내 자식 흉 잡혀 당신들 가슴에 못 박히는 아픔보단 그로 인해 제가 느낄
자괴감을 막아주려는 것이였다는 것도요.
그런 마음 늦게 알아줘서 미안해요.엄마..아빠.
나이들면 알게 되는 것도 미안해지는 것도 왜 이리 많을까요.
때아닌 여름 감기로 콜록거리는 엄마에게 잣죽을 끓여주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그리 돈 버는데 열심히냐고 쓴 소리하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날이 시큰거리는 건
"그런 거짓말을 하는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의 못난 큰 딸"이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