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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pt] 엘리베이터의 비밀
3873 2006.08.14. 08:16




우리집은 20층짜리 아파트 9층에 위치해 있다.

9층이라는것은 참 미묘한 위치다.

걸어서 내려가는 것은 가끔 해볼만 해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죽어도 안하게 되는 그런 높이.-_-



집에 올라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때는

꽤나 마음이 급하기 마련이다.

푹푹찌는 밖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난후라면 더욱 그렇다

금방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옷을 다 벗어제끼고 드립다 눕고싶은데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같은 층에 서있다.


20층

많고 많은 층수중에

하필이면 20층.

버튼을 누르면 밍기적 밍기적 내려오는 꼴이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 듯하다.


왜 하필 20층에 서있는걸까?

확률상으로 엘리베이터가 20층에 서있을 확률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1/20

즉 5%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2층에는 서지 않는 다는 것을 감안해 봐도

1/19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1층에 서있을 확률은

다른 층에 비하면 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엘리베이터의 목적지는

자신이 사는 층이 아니면 1층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나갈때는 1층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있을 확률은 50%이어야 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대개 20층에 서 있다.



게다가 더욱 불가사의한일은.

5년간 살면서 20층을 누르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_-;

아 등골이 오싹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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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아파트 꼭대기층은

옥상으로 통하기 마련이다


어릴적엔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 보는 것이 좋았다.


빨랫줄에 즐비하게 늘어선 옷가지들 사이로 뛰어 놀기도 하고

누군가가 들여놓은 평상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어느 집에서 잠시 갖다 둔건지 버린 건지 모를 가구들과

멍석에 깔아놓은 빨간 고추들.

고추장이라던지, 된장이 담긴 장독도 있어서

한번 깨먹었다 된통 혼난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워낙 고층 아파트가 많지만

내가 어릴적만 해도 아파트의 높이는 대개 5층이었고

옥상은 같은 건물 내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공동의 마당이요

놀이터요 휴식처였던 것이다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벤츄레타를 거꾸로 돌리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게 놀았는지. 참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 옥상도

절도라던지 사고문제 때문에 자물쇠를 채워둔곳이 많다.

우리 아파트도 그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20층에 자주 엘리베이터가 멈춰있을리는 없다.



한번 20층에 누가사는지 어머니께 물었다.

20층엔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만 있어서 자주 돌아다니는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그려려니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20층에 서 있을때의 짜증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20층 애쉐이들 맨날 싸돌아댕기고.. 투덜투덜


그러던 중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딱 섰는데

마침 엘리베이터는 20층에 멈춰있었다.


또야.. 젠장-_-;

툴툴거리면서 9층에 도착했을 때 만난 그 사람.

바로 전단지 붙이기 알바생..


신문배달, 전단지, 우유라던지

관리실에서 무언가 서명이라던지 배포해야할 일이 있을때도

꼭대기부터 내려오는 것이 편하기에

가장 높은 층에 서있었던 것.

음-_- 어느정도 20층에 서있는 이유는 알게 됐지만서도

언제나 20층에 서있는 이 현상은 대체 뭘로 해석을 해야할 것인가..

미스테리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