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만났다고 한다면
자신의 최근현황이라던지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마련이다.
함께 했던 추억, 잊지 못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다보면 시간도 훌쩍가게 마련이고
아쉽게 헤어지기 마련인데.
나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독특해서
남들이 전부 기억하는 것은 기억하지 못하고
남들이 모두 까먹은 것은 기억을 하는 불운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가령 예를 들어 영화를 같이 봤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영화의 내용이 뭔지 어렴풋이 기억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내용은 까먹으면서
영화에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기억하고 있다-_-;
그래서 '그땐 그랬었지'라는 말보다'그랬었나?' 가 내 주된 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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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보통 최초의 기억이라고 한다면
4-5살때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기억은 주변사람들의 말이나, 사진등으로 편집되는 경향이 있는지라
그것이 정확한 기억이다 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4살때 여름이라고
좀 어이 없겠지만 나의 최초의 기억은 도둑질이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셨다.
그래서 나는 종종 외할머니 손에 맡겨지곤 했는데
그날은 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고 졸라서 집앞에 있는 슈퍼에 갔었다.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할머니가 계산을 하는 사이
나는 그 틈을 노려서 10원짜리 풍선껌 5개를 주머니에 넣고 왔다.
4살이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이 '나쁜 짓' 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 때 그렇게 풍선껌을 훔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할머니가 한가지 이상은 사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랬다고 생각된다.
그날 나는 한번에 껌 2개를 씹는 사치를 처음으로 누렸다.
단지 2개를 씹었을 뿐인데 턱이 얼얼했다.
그래도 단물이 다 안빠진지라 계속 껌을 씹으면서
먹고 남은 3개의 풍선껌은 안방의 바둑판 밑에 숨겨뒀었다.
그러다가 저녁시간이 되었고 내가 무언가를 우물거리는 것을 보신 할머니가
내가 장난감같은 먹지 못하는 물건을 입에 넣은줄 알고 기겁을 하시며
나를 추궁했고, 결국 나는 슈퍼에서 풍선껌을 가져왔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할머니 손을 붙잡고
슈퍼에 풍선껌값 50원을 주러 갔다왔다.
오시면서 할머니가 하신 말씀. "종민이도(사촌형) 전에 그런적 있으니깐 괜찮아"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말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 때는 정말 안심이 됐었다.
그리고 사촌형을 볼 때마다 '저놈은 풍선껌 훔친놈' 이라는 생각을 했으니
아무리 오래된 기억이라도 각인될 만 하지 -_-;
이제다시 볼 수 없는 할머니지만
손자가 행여나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을까 50원을 쥐어주셨던 할머니..
불안해 하지 않을까 달래주신 할머니의 사랑은
아직도 이렇게 내 기억안에 남아있다.
나의 최초의 기억?
도둑질이라서 기억에 남은게 아니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