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 라이터가 없다.
그렇다. 언제부턴가 라이터는 내게 필요없게 되었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딱 한 개피를 태울 정도의 시간동안 물고있다가
이내 바닥에 아무렇게나 뱉어버렸다
있다가 치워야 할 것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뻔히 알면서 저질러버리는 일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저질러 버리는 그 순간엔 뻔히 알고있는 모든 것들을 잠시 망각하곤 한다
결과를 알면 재미가 없거나, 혹은 다른 결말이 빚어지길 바라는 작은 기대 등의 무의식때문이랄까..
이를테면.. 방금 내가 바닥에 내버린 생담배를
당연히 내가 있다가 치울거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놔두었던 그 것을
오후에 나의 집을 찾은 엄마가 치운 것처럼..
창 밖을 바라본다
겨울이 가고있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따뜻한 날들의 연속이다
언제 겨울이 시작되고 끝이나는지는 달력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후우...'
한숨을 한 번 내쉼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쓸떼없는 회상에 잠겨버렸다
혼자가 된 뒤로 계절도 많이 바뀌었고, 해도 몇 번 바뀐 것 같긴한데
아직 나의 세심함은 날짜를 세아리는데까지는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그는 종종 여자다운 구석이 없는 나를 구박하곤 했었다
그럴 때면 '여자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 라며 맞받아치곤 했었는데
내가 봐도 전혀 연인같아보이지 않았던..
서로를 만나는게 서로를 놀리기위해서인 것처럼 보였던 우리의 대화였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의 눈과 심장엔 나보다 더 많은 내가 살고있었단 걸..
알 수 있었기에, 또한 나도 그러했기에 우리는 꽤 오랫동안 서로의 곁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를 떠나보내고난 뒤에 많은 날들이 흘렀고
난 그가 그토록 끊으라고 했던 담배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끊게 되었다
생각외로 쉬웠던 금연이란 것을 그가 내 곁에 있을 땐 왜 하지 못했나..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 었으면 조금 더 그가 바라던 걸 해주는 거였는데..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뻔한 결말이 나에게 있어서 꽤 여러가지들을 바꾸어 놓을 줄은
그 땐 '몰랐었'기에 그랬던 것일거니까.. 뭐.. 너무 미안해 할 필요는 없는건가..
그렇게 단순히 '몰랐다'는 한 마디로 뭐든 다 깨끗히 지워버릴 수 있는걸까..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담배 한개피를 치워줄 엄마가 그 때의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했었는데
끝끝내 엄마는 오지 않았다.
일종의 후회와 원망과 같은 묘한 감정들이 닥쳐오려는 걸 애써 막아내며
피식 웃음 한 번으로 떨쳐내었다
달달한 커피 한모금을 들이키며 시계를 보았다
10시 43분..
늦은 토요일 아침이다.
매번.. 주말이면 늘어지게 자면서도 늦잠을 자본 게 꽤나 오랫만인 것 같은 기분은
오랫만에 맞는 놀토인 것 같은 기분은..
이번 한 주도 빠듯하게 길게 느껴진 탓이리라
있다가 오후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엄마가 올라온다고 했었다
꼬박 2년만에 찾는 딸년 집이다.
딸년이 어떻게 사는지 한 번 가봐야 할텐데.. 가봐야 할텐데.. 하시던 아버지는
이젠 하늘에서 딸년의 집과 딸년 사는 모습들을 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