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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J의 주말 - 6. 봄
355 2007.02.13. 03:34

엄마에대한 감상으로 민아의 나들이에 대한 놀라움은 잠시 뒤로 밀려나있었지만

엄마생각이 잠잠해지자 슬며시 떠오른 민아의 얼굴은 내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내 머리는 민아의 방문에 관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적당한..

그 '적당한 이유'가 나때문일리는 없었다.

그러다 '정민이 보러 오는 건가보네..' 하고 아쉬워지려는 마음을 추스렸다.

이유를 찾은 나의 머리는 빠른 회전을 멈춰버렸고

잠시동안 설레이기도 했던 가슴은 이내 식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담배 하나를 꺼내었지만

이번엔 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라이터가 없었다.

내게 없는 게 어디 라이터 뿐이겠는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당기고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라이터를 대신 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날 떠나간 모든 것들을 대신해 줄 무언가는 왜 아직 오지 않는 걸까..

텅 비어버린 내 삶을 채워줄 것들은 왜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꿈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다.

그랬다. 그 때의 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다 버려도 상관없었다.

사랑도,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내 드높은 꿈을 막아서는 것들은 다 장애물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모든 것들을 챙기고 싶지는 않았었다.

그 중에서도 현실이 가장 높은 장애물이었으나 그건 무시할 수가 없었기에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잡으러 가고싶었던 희망은 버려야했다.


민아는 아마 그런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자신때문에 언니가 꿈을 포기하는 것도 미안스러웠을테지만

그래도 언니의 꿈이 자기 자신의 삶의 방향까지 바꿔버리자

미웠던 건 내가 아니라 나의 꿈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민아가 미워하는 대상이 내가 아니길 바라고있었다.



대충 씻고 맨얼굴로 차를 몰고 나섰다.

30여분정도 달려서 도착한 역.

12시 40분. 난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시계만 보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면 나가려고 했으나 좀이 쑤셔서 더 이상 앉아있기가 힘들었던 나는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역으로 향했다.

좀이 쑤셨다기보단 민아가 온다는 사실에, 거의 다 왔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해야 솔직한 것이겠다.

역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나왔다.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서 나오려는 찰나에 휴대폰이 울렸다.


" 어~ 엄마. 도착했어?"

" ... 나야. 어디야? "


민아였다.

" ... 넌 어디야? "

" 여기 화장실 앞. 엄마 배아프시다고 화장실 가셨어. "

" 어. 그쪽으로 갈게 "


- 뚝 -

이런 날이 왔다.

내 머리는 또 이유들을 찾기에 바빴다.

'전화 한 번 할 수 있는거지 뭘 그렇게 이유같은 걸 찾냐'고 다그치기엔

12년이란 세월은 너무 길었던 것이다.

엄마가 전화를 하라고 했어도 절대 하지 않을 아이인 것이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전화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여러가지 물음들이

오고가는 사람들처럼 내 머릿 속을 어지러이 왔다갔다거리며

내 걸음을 조금 늦추는 듯도 했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 서있는 민아를

나는 한 눈에 찾을 수 있었다.

가족이기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그리고 도착해서의 1시간여의 기다림이 아니라

12년의 세월을 거쳐온 기다림이기 때문이었다.

민아가 내게 마음을 열었다는 확증 같은 게 없어도

꽁꽁 얼어붙었던 나를 향한 민아의 마음이

조금씩 햇볕을 받아낼 준비를 시작한 듯한 느낌 하나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라 믿었다.

봄도 그냥 봄이 아니라 12년만에 찾아오는 봄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봄은 소리나게 오고있었다.